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을 앞두고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조달금리가 상승할 수 있어 그 전에 미리 회사채를 발행해 후폭풍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8월에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회사채 금액(사모사채 제외)은 2조5,900억원이다. 이는 지난달 2,700억원의 9배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는 오는 29일 3ㆍ5년 만기의 회사채를 총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지난 4월 발행한 것보다 2,000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당초 3,000억원 발행예정이었으나 수요예측 흥행 성공으로 5년 만기 회사채 발행량을 2,000억원 늘렸다.
LG그룹도 8월 이후 회사채 시장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다. 이달 초 LG전자가 3,900억원을 발행한 것을 비롯해 LG패션이 회사채로 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LG유플러스도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달 2,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SK그룹의 계열사도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자주 비치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C&C가 30일 3ㆍ5ㆍ7년물에 걸쳐 총 2,000억원 발행하는 것을 비롯해 SKC도 1,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며 SK케미칼은 이미 1,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달 초 3,900억원을 조달한 우리카드는 조만간 또다시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이달 들어 대기업 계열사가 회사채 시장을 잇따라 노크하는 것은 9월 미국의 양적완화 후폭풍을 피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조달 금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야기가 처음 나온 6월 국내 채권 시장이 요동치며 채권금리가 오르자 회사채 시장은 빈사 상태에 빠졌다. 국고채금리는 물론 회사채 수익률마저 급증하며 기업이 발행금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LG전자의 성공적 회사채 발행 이후 기관 수요 증가로 회사채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의 경우 6월 70%까지 수요예측 참가율이 떨어졌지만 8월 들어 235%까지 상승했다.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자 대기업 계열사는 9월 양적완화 축소 여파가 닥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유태인 동양증권 채권 연구원은 "대기업 계열 우량 기업이 만기 상환 부담이 없는데도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며 "9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여파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신규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적극 조달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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