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주가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의 ‘약발’이 시들해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및 주가안정 등을 목적으로 실시한 자사주매입은 해당기업에 상당한 호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서도 기업의 펀드멘털이 가장 중요한 투자지표로 자리잡으면서 자사주 매입종목들의 주가도 실적에 따라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5일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이후 NHN, 하나투어, 파워로직스 등 코스닥기업들의 자사주취득결정 공시건수는 총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자사주매입은 전년 같은기간 동안 공시건수(18건)에는 못미치지만 지난해 11월이후 코스닥랠리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상승기에도 자사주매입이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자사주매입공시 가운데 9건(75%)은 주가안정이 주목적이다. 지난달 21일 상장후 처음으로 자사주 15만주(382억원규모)를 오는 3월초까지 매입한다고 밝힌 NHN의 경우 공시 당시 26만원선이던 주가는 이달초 30만원에 바짝 다가서는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NHN의 상승세가 자사주매입효과보다는 인터넷시장 성장세와 실적호조세 지속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최훈 유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구글의 아시아시장진출로 약세를 보였지만 우려할 단계는 아니며 4분기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로직스는 지난 11월말 자사주취득(78억원규모) 공시직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4분기 실적개선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이 잇따르면서 이달초 장중신고가(1만7,400원)를 기록하는등 견조한 상승흐름을 보였다. 반도체클린룸자재업체인 삼우이엠씨는 20억원규모의 자사주매입 공시당일(3일)에만 주가가 최근 3개월여동안 가장 높은 상승률(4.54%)을 기록했지만 이후 주가는 지난 11월 이전 5,000원대보다 떨어진 4,5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6월이후 2만5,000원선에서 최근 2만원선까지 하락세가 이어진 엔터기술은 ‘자사주매입’이후에도 시장반응은 시큰둥하다. 엔터기술은 지난달 26일부터 3개월동안 20억원규모의 자사주취득을 밝혔지만 주가는 이달들어 1만8,000원선까지 빠졌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과장은 “자사주매입으로 주가가 안정적으로 받쳐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상승효과가 나타나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경우는 영향력이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도“일부 기업은 자사주매입시점을 실적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으로 잡는 경우도 있다”며“자사주매입은 일시적 호재로 그칠 수 있는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선택폭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