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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3-금융산업 틀 다시 짜라] <3> 호모 헌드레드 시대 보험

고령화는 보험산업 성장 기회… '미래 금맥' 연금시장 키워야<br>개인연금 가입률 21%… 성장 여력 커<br>지나친 보험료 통제 건전성 문제 불러<br>RBC 등 산업 발목잡는 규제 개선 필요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각종 연금상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 남성 설계사(왼쪽)가 연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제공=손해보험협회



"말 그대로 삼중고입니다. 영업에서는 보험료(가격) 단속으로 어렵고 자산운용은 저금리로 죽을 쑤고 있어요. 더구나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 민원감독 등의 규제는 갈수록 강해져 한마디로 갑갑합니다."

최근 만난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의 넋두리에는 보험산업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저금리ㆍ저성장이라는 큰 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맞아 활로모색에 어려움을 겪는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보험사의 비즈니스 환경이 팍팍해지고 금융당국도 가격 및 자본규제에 방점을 찍으면서 해법모색이 힘들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 연금시장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도 침체에 빠진 금융산업의 도약을 위해 오는 10월 연금시장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종합금융산업발전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맞춰 확대되고 있는 연금시장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기존 시장에서도 소비자를 세분화해 수요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연금 등에서 미래수익 캐야=연금은 향후 가장 주목될 시장이다.

호모 헌드레드로 표현되는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연금시장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연금의 가구 가입률은 지난 2007년 21.2%에서 내리 6년째인 지난해까지 계속 20~21%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현소득 대비 받게 되는 연금)이 해마다 하락해 2028년에는 40%까지 떨어지고 퇴직연금도 여전히 낮은 가입률(45%, 2012년 기준) 등 빈틈이 많아 개인연금 의존율이 클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개인연금 가입자가 자산가층에 많기 때문에 중산층 밑으로 내려가면 가입률은 더 떨어진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연금시장의 성장여력이 그만큼 커 매력적이다. 실제 미국ㆍ유럽 등 이미 저금리ㆍ저성장을 경험했던 선진국 보험사들도 연금을 확대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현재 보험상품 가운데 가장 성장성이 돋보이는 시장이 연금"이라며 "중장년층의 경우는 소액형 보험상품을 개발해 이들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연금에 가입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고령화 초기 국면이기 때문에 보험사에 기회가 된다"며 "다만 베이비부머(1955~1963년)의 은퇴가 마무리되고 연금을 받을 시점이 되면 보험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상품설계 등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금이 당장 눈앞에 펼쳐진 시장이라면 해외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일궈야 할 텃밭이다.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 가입률은 85%, 손해보험 가입률은 90% 수준으로 국내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의 해외영업 비중은 아직 1%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낫다는 삼성화재가 매출의 3.5%(2012년 기준)를 해외에서 올리는 정도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당장에는 표가 나지 않지만 해외 금융회사와의 협력강화, 현지 보험사 인수합병(M&A), 해외투자 강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면 수익 다각화에 실패한 곳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 잡는 규제 마인드 개선 필요=보험업계에서 반면교사로 삼는 사례가 일본이지만 배울 점도 있다. 당시 일본 보험업계가 쑥대밭이 됐음에도 보험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는데 이는 보험사가 형편에 맞춰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율적인 보험료 결정권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사정을 보면 가격 자율화는 허울뿐인 상태다. 국내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많이 떼는 데는 보험료 단속으로 영업에서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소비자 보호, 서민지원 등은 중요한 가치지만 지나친 시장개입이 초래할 부작용도 숙고해야 한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나친 가격통제가 보험사 건전성에 문제를 초래해 지급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당국의 보험산업에 대한 인식이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동차보험의 경우 손해율 악화로 2012회계연도에 영업적자가 업계 전체적으로 6,000억원을 기록했지만 보험료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가격통제가 만연돼 있다 보니 손해율을 보험료와 연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문제는 가격통제 흐름이 더 크게는 금융산업 구조 자체를 은행 중심으로 고착시킨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당국이 제2금융을 키워 은행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규제일변도 정책 탓에 산업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다"고 한다.

가령 투자를 유치해 자본확충에 나서라고 보험사에 압력을 넣으면서도 한편으로 보험료를 규제하며 수익을 통제하려는 감독행태는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RBC 규제도 일선영업과 대체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게 현실이다. 명분과 실리를 다 갖춘 규제라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대형 생보사는 은행ㆍ증권처럼 보험사에도 지급결제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사에서 계좌를 만들 수 없다 보니 수수료로 나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은행과 자웅을 겨룰 만한 리딩 업체를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생보사 임원은 "규제가 서로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제점에 대한 당국의 냉철한 인식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연금저축보험 등의 세제혜택 축소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노후대비 성격인 연금저축보험 등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며 직장인들의 세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연금가입이 저조한 상황에서 가입유인을 줄인 셈이라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한 중형 생보사 사장은 "대부분의 규제가 산업을 옥죄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금융산업의 은행 의존도만 키워 구조적으로 리스크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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