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해를 내다보면 매달 매달이 지뢰밭입니다. 어느 달 하나도 돌파하기 쉬울 때가 없을 것 같아요."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사석에서 던진 하소연이다. 굵직한 정책 리스크들이 연중 내내 산재해 있는데 새 정부는 아직 위험요인에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짜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구성이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 등으로 늦어지면서 정책 시나리오를 함께 짤 주체가 공백 상태인 탓이다. 이러다가는 "온갖 악재에 발목이 잡혀 첫해를 단기 대응에 소모했던 이명박 정부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관가에서 적지 않게 나온다.
실제로 올해 자칫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국내외 정책 변수들만 해도 20여건에 이른다. 매월 거의 한두 건의 폭탄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지금부터 오는 3월까지는 건설사 연쇄부도 위기, 저축은행 추가 부실 문제, 춘투(春鬪) 등이 골치를 아프게 할 이슈로 줄줄이 떠오른다. 특히 3월로 예정된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유상증자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실패할 경우 재무 사정이 보다 나쁜 다른 저축은행들의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 실적을 공시한 15개 저축은행 가운데 10곳은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지난해 반기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저축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추가로 실적을 내놓으면 결과에 따라 저축은행 퇴출 우려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 고비를 겨우 넘기는가 싶으면 곧바로 4월 재보궐선거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고 나선 5월 민주당 새 지도부 선거(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국정 협력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당료는 "허니문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보궐선거로 지난 대통령선거의 패배를 만회해야 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에 날을 세우며 야성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무렵에는 이탈리아발 유럽 재정위기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탈리아 연정수립이 실패할 경우 5월 무렵 재선거를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정국불안은 재정위기 해결을 한층 꼬이게 한다.
겨우 선거 정국 등이 지나가고 나면 이번에는 기업 구조조정의 공포가 산업계에 몰아치게 된다. 은행권이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6월께 발표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부실기업들은 퇴출ㆍ워크아웃 등의 꼬리표를 달게 된다.
하반기 들어서는 곧바로 서울시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무상보육 전면 시행에 따른 재정고갈에 처할 것으로 예고됐다. 8월에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원자력발전을 통한 전력수급계획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원전안전 문제가 재점화될 것이라는 게 관계 당국자들의 우려다.
이 밖에도 하반기에는 우루과이라운드(UR)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국회 농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내다봤다. 기존 UR협정에서 우리나라는 내년 말까지 쌀 관세화를 유예 받도록 돼 있는데 이후 재협상을 준비하려면 1년 전인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회의 정부 국정감사 기간인 11월에 UR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관측된다.
관가에서는 새 정부가 연간 정책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모아 조기에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편 처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청와대 주도로 주요 부처와 소규모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곧바로 상황별 대응 초안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으로나마 여당과 실무진 차원에서의 정책공조를 조기에 이뤄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 제의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당정 간에 비공식적으로라도 신속하고 잦은 정책 논의가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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