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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없는 한가위를
입력2002-09-18 00:00:00
수정
2002.09.18 00:00:00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청량한 가을 기운과 부족함 없이 가득 찬 둥근 달, 풍년을 기원하며 땀 흘려 일해서 일궈낸 천(天)ㆍ중(中)ㆍ지(地)의 결실을 온 가족, 한 동네 사람들이 함께 감사하면서 공유(共有)하는 멋과 맛의 축제다. 이 땅의 사람들이 신과 조상께 감사와 다짐을 드리는 문화적 이벤트다. 모든 일에 빛과 그늘이 공존하듯이 추석이면 과도한 상차림으로 인한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뒤따른다. 그러기에 우리 조상들은 '식시오관(食時五觀)'이라며 먹는 경우에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음식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거쳐 나오게 됐는지를 생각하면서 감사하게 먹고, 마음을 다스려서 과식ㆍ탐식하지 않도록 절제하며, 음식을 좋은 약으로 여겨서 모양을 따지지 말고 실질을 취하라'는 등의 가르침으로 풀이된다. 깊은 생각 없이 흥청망청 써버릇하는 요즘 세태에 비춰보면 마음을 찌르는 경구라 여겨진다. 이번 추석은 얼마 전 태풍과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과 애써 가꾼 농작물을 잃어버린 수재민들과 더불어 쇤다. '나'만의 푸짐한 잔치가 아니라 '우리'의 따뜻한 명절이 돼야 하겠다. 대자연이 이 시대 우리 민족에게 수해를 통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통찰하면서 겸허하게 이웃과 다같이 민속명절을 보내야겠다. 도처에 여름 큰비 때 생긴 쓰레기가 마음 무거운 숙제로 남아 있는데 음식 쓰레기나 휴지, 선물 케이스 같은 '추석 쓰레기'까지 얹어서는 안될 일이다. 지혜와 절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미덕과 겸양으로 깨끗한 '환경추석'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고향 나들이길에 휴지나 꽁초를 버리지 않고 성묘길에 산이나 계곡에 남아 있는 쓰레기를 치우며 고향마을의 수해복구 작업을 거드는 사람들이 이번 추석을 빛나게 할 것이다. 그늘을 좇는 자들에게 달은 애달프고 우수 어린 가을밤을 느끼게 하지만 빛을 찾는 이들에게는 둥근 달이 창조와 생동의 태양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가교의 등불로 보일 것이다. 우리의 마음과 뜻과 힘을 한데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고자 함께 나서는 추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만의<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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