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세계경제] 기업들 '원가와의 전쟁' 현대車 해외공장 현지구매 95%로포스코 철 부스러기 원자재로 활용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초기 단계부터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해외 공장의 경우 현지 구매비율을 95%까지 높여 원가를 절감하는 게 최대의 지상과제입니다." (정태환 현대차 재경본부장) 현대차에서 요즘 가장 힘이 실리는 부서 중 하나는 바로 원가절감팀이다. 관련부서 핵심인력으로 구성된 원가팀은 수시로 회의를 갖고 한푼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짜낸다. 현대차가 지난 3ㆍ4분기 3,1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도 이 같은 전사 차원의 원가절감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고유가와 환율하락으로 대변되는 경영환경 악화에 맞서 피 말리는 '원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생존을 걸고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셈이다. 포스코는 제철공정에 투입되던 값비싼 팰릿을 분광으로 대체하는 등 꾸준한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연간 1조원 넘는 원가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철 부스러기도 귀중한 원자재로 활용될 정도다. 또 효성 등 일부 기업들은 기름 대신 전기나 폐열을 활용해 만든 스팀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저렴한 심야전력을 낮에 쓰는 수축역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유화업계도 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서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유화업계의 경우 배럴당 70달러만 해도 제품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오롱의 한 관계자는 "내년 경영계획에는 원재료의 현물시장 구입을 최대한 줄이고 안정적인 원료공급 방안을 늘릴 것"이라며 "원재료비가 계속 오르면 인건비나 관리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속적인 환율하락도 기업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전경련이 28일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7%)이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47%는 내년까지 환율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이에 맞서 ▦생산원가 절감 22% ▦경영 효율화를 통한 내부 흡수 20% ▦수출가격 인상 3% 등의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원가절감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지원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10/28 17:36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