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임시 이사회가 분수령… 대표이사 해임, 주식거래 재개, 매각 진행 등 결정될 듯
“회사 가치 정상화를 위해 하이마트 이사진 모두 물러나자”(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선 회장은 이사진 동반 퇴진을 말할 자격도 없다”(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책임론을 놓고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 회장은 18일 대표이사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이사진(6명) 모두 동반 사퇴하자고 ‘조건’을 내세웠다. 선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단독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신 새로운 인물로 이사회를 구성해 하이마트 매각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전혀 협의된 사안이 아니라며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말 경영권 분쟁 당시 각을 세웠던 모습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11월 말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공동대표에서 선 회장이 영업 대표이사, 유 회장이 재무 대표이사로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25일 하이마트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해임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6일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유 회장은 의장직을 사퇴했다. 현재 의장 바통은 유 회장의 측근인 엄영호 사외이사가 이어받았다. 현 의장과 사외의사 3명(유 회장 포함)이 모두 유회장을 지지하는 표임을 감안하면 선 회장의 사퇴는 확실시된다. 유 회장은 대표직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선 회장은 경영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이사진 동반 사퇴’로 이사회를 앞두고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선 회장의 동반 퇴진 발표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유 회장이 대표직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유진그룹 관계자는“(선 회장의 주장과 관련)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면서 “회삿돈 횡령으로 대표이사직을 상실하게 된 사람이 동반사퇴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과 하이마트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하이마트 경영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5일 임시 이사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부터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하이마트는 선 회장 퇴임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주식거래가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거래소는 25일 하이마트 임시 이사회 결과를 지켜본 뒤 거래 정지 해제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유 회장의 향후 행보가 하이마트 매각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권을 유지한 유 회장의 결정에 따라 하이마트 매각 여부가 다시 원점에서 검토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 회장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이마트를 예정대로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선 회장의 회삿돈 횡령 실체가 드러난 데다가 검찰 기소 등 법적 절차를 앞두고 있어 주총 당시와 상황도 달라졌다.
만약 선 회장이 추징금 납부를 위해 지분을 유진그룹에 매각한다면 하이마트 매각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선 회장·유진그룹·HI컨소시엄 3개로 나누어진 이해 관계가 유진그룹과 HI컨소시엄으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 회장이 유진그룹이 아닌 제 3자에게 지분을 넘기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새로운 인수자와 유진그룹·HI컨소시엄 3자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사진 동반사퇴를 선언한 선 회장은 제3자 매각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횡령 등 혐의로 얽힌 지분 인수에 누가 과감히 나설 지는 미지수다.
한편 하이마트는 경영권 분쟁과 매각 지연 등으로 소비자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 1·4분기 매출은 6,953억6,3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31억6,500만원을 기록해 41.9%나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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