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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작업이 고되기는 하지만 일감이 많으니까 신이 절로 납니다. ‘대목전쟁’이라는 말이 실감나요. 날마다 요즘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연박리에 있는 동양축산. 롯데백화점에 납품할 추석선물 갈비세트를 만드느라 수십여명의 직원들이 갈비가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업과정 전반을 책임지는 강해주(49) 생산팀 부장은 “이번 추석을 위해 6개월 전부터 소 2,000마리와 씨름해왔다”며 “올해는 지난해 추석보다 물량이 늘어 막바지 열흘 이상 전직원이 철야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추석을 20여일 앞둔 지난 14일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축산 바이어인 박봉규(36) 과장과 2시간 동안 동행해 다다른 동양축산 공장은 활기가 넘쳤다. 특히 100여평에 이르는 갈비가공장에서 흰 위생복에 핏물을 묻혀가며 동분서주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는 마치 전쟁터의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이곳만큼은 ‘경기하강’이라는 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듯했다. 롯데백화점과 26년째 협력관계를 맺어온 동양축산은 ‘박달재 한우마을’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축산물 가공업체. 명절 때마다 도축부터 가공ㆍ포장 등을 거쳐 만든 냉동갈비와 냉장정육 세트를 납품하고 있다. 박 과장은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추석은 전년보다 20% 증가한 3만세트 이상의 갈비 선물을 준비했다”며 “이중 동양축산에서 7,000세트를 조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들은 모두 1등급 플러스이며 2년에서 2년4개월 사이의 600㎏짜리 한우다. 작업과정이 궁금해 직접 갈비가공장을 찾았다. 가공장에 들어서자마자 한편에 매달려 있는 원료육들이 눈에 띈다. 강 부장은 “혹시라도 한우 외에 다른 원료육이 섞여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이들 원료육은 모두 샘플링 채취를 통해 외부기관에서 DNA 검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원료육은 뼈를 제거해 정육으로 탈바꿈시킨 뒤 다시 등심ㆍ목심ㆍ양지 등 부위별로 절단한다. 한 짝에 20~25㎏에 달하는 갈비 두 짝도 이때 분류되고, 이를 손질하기 쉽도록 절삭기로 잘게 절단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이어 지방을 제거하고 선물세트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10여명의 가공 라인 작업자의 손길이 빨라진다. 800g 규격을 맞추기 위해 용기에 담고 저울에 달아보는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박 과장이 “지방을 더 제거하라”며 잔소리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롯데에서 파견한 품질관리팀원들의 본격적인 품질검사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두달째 머무르고 있는 김경진(50) 반장은 “원료육의 품질은 물론 지방 두께ㆍ모양까지 모두 검사해야 한다”며 상품을 꼼꼼히 점검한 뒤 검사에 합격한 상품에만 검수 도장을 찍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갈비세트는 최종적으로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되고 추석 선물로 나가기 위해 냉동보관 창고로 들어간다. 현영수(49) 동양축산 전무는 “현재 냉동갈비는 95% 완료된 상태지만 신선도가 생명인 냉장정육은 배송 직전 밤샘해가면서 만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직원들은 추석 대목이 어떨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밤샘작업을 오히려 즐긴다”고 전했다. 가공장을 둘러본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동양축산에서 운영하는 인근 산 중턱의 목장에 들렀다. 10만평 부지에 평소 1,200여마리의 한우로 북적이던 축사에는 송아지까지 합쳐 고작 50여마리만 남아 한산했다. 농장장인 이윤호 수의학 박사는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목장이 텅 비게 됐다”며 “자체 조달로도 부족해 계약농가를 통해 수요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축산은 이번 추석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설 선물세트 준비작업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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