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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역대 최대규모인 672개의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히면서 주총에서 해당 기업들의 이사나 감사 선임을 둘러싸고 파열음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화와 하이마트ㆍSK텔레콤ㆍ태광산업 등 최근 횡령ㆍ배임 등으로 문제가 된 기업들의 주총 결과가 주목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23일 총 672개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연다. 23일 주총을 여는 기업 가운데서는 최근 경영진의 횡령ㆍ배임 혐의가 불거진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어서 경영투명성 강화 등을 두고 회사측과 주주 사이에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기업의 이사나 감사의 연임에 반대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경영진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논란을 겪었던 한화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이사와 감사 선임 등을 의결할 계획이다. 한화는 현재 오재덕 전 빙그레 대표를 이사와 감사에 재선임하는 안건 등을 제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경영권 투명성은 아랑곳 하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횡령ㆍ배임혐의가 발생할 당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감사와 이사를 그대로 연임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 2월 상장폐지 논란이 일자 이사회 기능과 내부거래위원회 운영을 강화하는 등 통제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태광산업도 경영투명성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산업은 심재혁 레드캡투어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태광산업은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최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ㆍ배임으로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으면서 사실상 경영 공백상태에 놓여있다.
이 전 대표와 회장단이 사임할 당시 태광그룹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처외삼촌인 심 사장이 대표로 내정되자 경영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하이마트와 SK텔레콤 등 최근 오너리스크가 부각된 기업들의 주주총회도 같은 날 열일 예정이다. 하이마트는 최근 선종구 회장이 횡령ㆍ배임과 국외 재산도피ㆍ탈세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하이마트의 지분매각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주주총회에서 이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최 부회장은 올해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재선임 여부를 두고 주목 받았지만 연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 된 것에 부담을 느껴 내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여 사측과 위임장 대결을 펼치는 기업들도 눈길을 끈다. 삼천리는 강형국씨 등 소액주주가 제안한 배당금 확대와 액면분할, 유상감자 등을 놓고 사측과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소액주주 측은 원래 한준호 삼천리 대표의 해임도 주주안건으로 제안할 계획이었지만 철회했다. 휴스틸도 소액주주들이 중간배당과 유상감자, 자기주식매입 등을 안건으로 제출해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대한방직도 소액주주가 회사의 경영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감사후보자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하나금융지주의 이사보수 상향 조정도 논란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사보수 한도를 현재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출했다. 이번에 늘어난 50억원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종렬 하나금융사장 등에게 특별공로금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공로금 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공로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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