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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뱅커로 내공을 쌓은 'IB(투자은행)맨'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에서 다져진 리스크 관리 노하우와 섬세한 업무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기업금융과 벤처투자,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것이 비결로 꼽히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투자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도용환 회장이 우선 대표적인 은행 출신 업계 최고경영자(CEO)다. 도 회장은 지난 1982년 신한은행의 전신인 제일종합금융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뗐다. 1996년 스틱을 세우기 전에는 신한생명에서도 근무했다. 투자운용실에 있었지만 보수적인 보험사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었다. 도 회장은 "은행과 보험사에 있을 때부터 매일 잔액을 정확하게 맞춰보면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고 말했다. 실제 스틱은 3조6,000억원 수준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레버리지(차입금·사채)를 전혀 이용하지 않으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스틱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지역 유망 중소·중견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부국증권 IB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사장 역시 은행이 친정이다. 한일은행에서 시작해 동화은행과 하나은행을 거친 기 사장은 창구영업부터 해외사업 부문까지 두루 거치며 자금조달의 기본을 익혔다. 부국증권에서는 10년 이상 IB사업부를 책임지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산유동화(ABS) 등의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 대표의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2012년 말 출범 이후 태양광발전소·풍력에너지·부동산 등 굵직굵직한 대체투자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데 성공했다. 기 대표는 "은행원 시절 고객과 면대면으로 접촉할 일이 많았던 덕분에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 증권업계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PF 전문가로 꼽히는 김흥제 HMC투자증권 대표도 은행에서 오래 몸담았다. 김 대표는 1984년 제일은행에 입사한 뒤 프로젝트금융과 기업금융·부동산금융 등 주로 IB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특수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 대표는 호주뉴질랜드은행의 한국 대표를 3년간 지낸 뒤 HMC투자증권 IB본부 책임자로 자리를 옮기며 증권업계와 연을 맺었다. IB본부 부사장 시절 김 대표는 부산 해운대 우동 복합시설 PF, 창원~부산 구간 도로 민간 투자사업 ABS 등의 사업을 통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을 안겼다. 김 대표의 경험이 녹아들면서 HMC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전체 이익 중 55%를 IB 부문에서 올리기도 했다.
최성권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본부장 역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거쳤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인사부장을 오래 지내기도 했지만 탄탄한 기업 네트워크를 갖춘 동시에 은행 출신 특유의 꼼꼼함을 눈여겨본 경영진이 2009년 IB사업부 책임자로 전격 발탁한 것이 주효했다. 사모펀드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 특유의 '모험주의'와 달리 은행 출신은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고 기업·개인 고객과 접점이 넓어 IB 업무에서 상대적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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