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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1부. 혁신 없는 4만달러는 신기루 <6> 갈등조정 없인 성장 없다

빈부·노사·이념으로 깊어진 갈등의 골… GDP17% 갉아먹어

갈등지수 OECD 2위, 자원 효율적 배분 막아 연간 사회비용만 250조

성장·분배 조화 정책으로 '불신의 벽'부터 허물어야


매주 주말이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남재준 국가정보원 원장의 퇴진과 내란음모죄로 1심에서 징역형에 처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바로 옆에서는 '종북 좌파세력 척결'이라는 현수막을 건 시위대가 친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측은 확성기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경찰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한국 사회에서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념갈등뿐만 아니라 노동계와 사측, 빈자와 부자, 청년과 노년층, 한국인과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유형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시다발적 갈등들이 경제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아 연간 약 250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목표인 GDP 4만달러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갈수록 증폭되는 복합 갈등=한국 사회의 갈등은 얼마나 심각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0.72로 조사 대상인 28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중동 사이에 위치해 수백년간 치열한 종교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터키(1.27)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05년 4위(0.71)에서 두 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불신의 벽도 높다. OECD에 따르면 1990년대 한국 국민 간 신뢰지수는 0.3으로 19개 조사 대상국 중 11위를 기록했다. 평균치인 0.34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2000년대 조사에서도 OECD 평균은 0.36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한국은 0.3을 고수(11위)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국민들이 서로 쉽게 믿지 못하고 있고 작은 문제가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빈부갈등이 가장 심각했으며 이어 경제성장에 직접적 타격을 입히는 노사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순이었다.

◇부의 축적경로 불투명, 사회안전망도 부족=최근 몇 년간 사회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성장률 둔화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고속성장이라는 커튼이 사회갈등을 가려왔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며 각종 사회적 불만이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민주주의가 신장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빈부갈등은 부의 축적경로가 불투명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은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부자들이 부를 축적한 방법도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는 게 빈부갈등의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노사갈등은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양재진 연세대 공공문제 연구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실업수당이 하루 최대 4만원인데 이는 본봉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준"이라며 "이마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끊겨 노동계는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사측은 이를 단행할 수 없어 노사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실 GDP의 17%…정부의 의지가 중요=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사회갈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최대 246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의 17%에 이르는 규모다. 박근혜 정부가 '474비전(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을 달성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내수 활성화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회갈등만 해소해도 GDP가 최대 17%나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갈등의 심각성과 갈등이 해결됐을 때의 경제적 이득을 인지하고 이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사회통합위원회와 현재 국민대통합위원회 등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갈등조정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 실장은 "대통령이 이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소장도 "몸이 불편한 비자발적 실업자에게는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맞고 근로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고용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세밀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성장과 분배 정책을 조화롭게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임희정 박사는 "분배도 또 하나의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중은 2010년 현재 7.6%로 OECD 회원국 평균치 19.2%에 턱없이 못 미치며 조사 대상 34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즉 분배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이밖에 현재 정치권에 집중돼 있는 사회갈등 중재 역할을 독립기구로 이관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연구위원은 "정치권은 겉으로는 갈등을 조정하는 조직이지만 실제 갈등이 사라질 경우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갈등 조정을 위한 완벽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독립적인 기구가 사회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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