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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 4년 지났지만 주요 사안 처리 걸림돌 우려… 한곳도 채택 안해

올 주총도 한날 한시에 열려… 소액주주 권리 짓밟기 여전

의무화 법안 빨리 통과돼야


자영업자 최모(52)씨는 올해 주주총회 통지서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전자·현대차·호텔신라·LG화학에 투자한 그는 이 가운데 한 회사의 주주총회에만 참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네 곳의 상장사가 3월14일 오전 동시에 주주총회를 열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외면받는 일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장업체 가운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전자투표제 의무화 법안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확정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45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6개 업체는 선박투자회사로 페이퍼컴퍼니다. 또 한국주식예탁증서(KDR) 형태의 해외업체가 5곳이며 비상장업체가 3곳이다. 유일한 상장기업은 중국기업인 씨케이에이치이다. 씨케이에이치는 지난 2010년 3월 '차이나킹'이라는 이름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 2012년 국내 상장업체로는 유일하게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야심 차게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소액주주들이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서 혹은 주주총회 장소가 거주지에서 멀기 때문에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도입된 것이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제도 도입에 미온적이다.

기업들이 도입을 미루는 표면적 이유는 주주들의 요청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속내는 다르다.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확대하면 현 경영진 등 대주주가 결정한 주요 사안을 처리하는 데 걸림돌이 되리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 코스닥 상장업체 임원은 "지난해 전자투표제 도입을 검토했는데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포기했다"며 "의사결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좋을 것 같지 않아 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코스닥 업체 임원 역시 "소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주요 의사결정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주주가 생길 수 있다"며 "전자투표제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섀도보팅(Shadow-Voting)'이 폐지돼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섀도보팅은 회사가 요청하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들 대신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을 대리 투표하는 제도다. 주주총회 안건의 의결을 위한 정족수가 부족할 때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의결정족수가 부족한 기업은 전자투표제를 시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상장업체 임원은 이와 관련, "내년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도 아직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만큼 선제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가 전자투표제 의무화 법안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재계에서 상법개정안의 일부 내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요 기업들이 한날한시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전자투표제 의무화가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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