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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진주 오티 '멈춰선 역주'

이제 그만 멈춰야 할 때를 알았던 걸까. '비운의 흑진주' 멀린 오티(44.슬로베니아)가 지난했던 올림픽 7회 연속 도전을트랙에 멈춰선 채 마감했다. 오티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육상 여자200m 준결승에서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찬 스타트를 끊었으나 7번 레인에서 트랙 바깥 쪽으로 코너링을 하다 채 50m를 가지 못하고 다리를 절룩 거리며 레이스를 포기했다. 부상과 약물 파문, 조국 자메이카의 냉대, 새로운 조국 슬로베니아에서의 재기등 숱한 굴곡 속에 올림픽 트랙을 지켜온 '영원한 2인자'의 퇴장은 초라했다. 그 순간 25살이나 어린 딸 뻘의 신예 엘리슨 펠릭스(미국)는 22초33에 결승선을끊어 준결승 1위를 차지하며 멀리 피니시라인에서 환호했다. 80년 모스크바올림픽부터 7번의 도전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수확했던자메이카 출신의 스프린터 오티는 생애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나섰던 이번 대회에서도 결국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티는 지난 22일 여자 100m에서도 예선 1,2회전을 가볍게 통과하며 순항했으나 준결승에서 세월의 벽을 절감한 채 5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m에서도 예선 2회전을 16명 중 14위로 간신히 통과했으나 역시 준결승이 한계였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 힘들다. 그러나 내가 이 곳 올림픽 무대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고 한 오티는 '동메달 여왕'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대기실로 쓸쓸히 돌아섰다. 25년 간 트랙에서 살며 올림픽 메달 8개를 비롯해 세계선수권 통산 최다인 14개의 메달, 세계실내선수권에서 6개의 메달을 따낸 그녀를 차기 올림픽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체력 관리를 잘하더라도 쉰에 가까운 나이에 단거리 트랙에 선다는 것은무리이기 때문. 그러나 끝없이 달려온 오티의 질주는 올림픽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여 관중의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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