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불기 시작한 규제 완화 흐름 덕분일까. 금융감독원이 보험 업계의 대표적인 과잉규제로 꼽히는 '25회차 보험유지율 80% 준수 룰'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장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금감원이 이를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11일 금감원 및 보험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 기준을 종전 해당월 유지율에서 25개월치 평균인 통합유지율로 바꾸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철새 설계사 민원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25회차 계약유지율을 80%로 상향조정했다.
금감원의 계약유지율 강화조치는 출발부터 많은 말을 낳았다.
이 조치는 '2년 내 보험민원 50%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나온 성격이 강했다. 더욱이 금감원이 설정한 80%라는 수치는 현장상황을 감안했을 때 맞추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5회차면 2년이 넘긴 시점인데 이때 이탈하는 고객은 개인적인 사유로 자연 이동하는 형태여서 보험사가 제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며 "현장감이 있었다면 애당초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유통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꺼냈다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던 텔레마케팅(TM) 사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손보사 중 가장 높은 (25회차) 계약유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해상의 경우 69.6%(2013년 말 현재)에 머물고 있고 삼성화재(67.2%), 동부화재(63.9%), LIG손보(62.1%) 등도 80%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소비자 민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이 업계의 민원이라는 아이러니로 이어지자 당국이 한발 물러섰다.
당국이 꺼내 든 카드는 통합유지율. 당초 방침이 25회차 때의 유지율이었던 것에 반해 통합유지율은 가입 첫달을 제외한 2회차~25회차 때까지의 평균유지율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은 당국이 제시한 80%룰을 맞추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통합유지율로 기준을 삼을 경우 느린 속도로 통계에 반영돼 보험사들이 유지율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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