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삼성그룹 금융사의 구조개편 작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를 매입해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삼성화재에 넘기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 금융사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대비해 금융계열사 간 지분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89만4,993주를 4,936억원에 매입하고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747만6,102주)을 5,353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주식 매매는 오는 16일 개장 전 장내 시간외거래로 마무리된다. 사실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현금은 거의 들이지 않고 각자 보유한 지분을 맞교환하는 셈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삼성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편의 하나로 보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화재에 대한 지분율이 10.98%에서 14.98%로 늘어난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전환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이다.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가 필요하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34.1%를 갖고 있으나 삼성화재와 삼성증권(11.1%) 보유 지분율은 30%를 밑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이들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화재에 넘긴 것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 또는 보험사의 대주주가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보유할 때 보유 한도를 총 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되 유가증권을 사들일 당시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계산 기준을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정가액으로 바꾸고 보유 한도를 초과한 지분은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원안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삼성물산 등을 포함해 그룹 계열사 주식 18조원 중 상당액을 팔아야 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화재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말단에 위치한 반면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라면서 "보험업법 개정을 대비해 생명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줄이는 대신 해당 지분이 외부로 나가지 않게 하려고 삼성화재에 돌려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화재는 비금융계열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물산 지분을 다시 다른 계열사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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