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제조업체인 유압사랑의 임동후 사장과 9명의 직원들은 요즘 경기도 시화공장에서 콘트롤밸브 생산을 준비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대형 중장비업체의 1차 협력업체로 선정되면서 조만간 10~15톤짜리 대형차용 메인콘트롤밸브 납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매출 10억원 규모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중장비업체에 납품하게 된 것은 그동안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해오던 메인콘트롤밸브를 국산화하는 남다른 기술력 덕택이다. 국내 유일의 메인콘트롤밸브 설계업체라는 자부심을 시장에서 제품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메인콘트롤밸브는 지게차나 포크레인 등 중장비의 직선이나 회전운동을 통제하는 핵심부품이지만 정밀한 가공과 고도의 설계기술이 필요해 대부분 유럽과 일본 등 해외로부터 들여왔다. 특히 대형차용 메인콘트롤밸브의 경우 해마다 150억원 가량을 수입해왔지만 유압사랑이 이번에 자체 기술력으로 공급가격을 수입제품의 6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다. 25년간 줄곧 콘트롤밸브 개발에만 매달려온 임동후 사장은 “해외 제품이 장악하고 있지만 단지 베껴서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가가치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2004년부터 자체개발에 나섰다”며 “단순히 수입대체에 머무르지 않고 수입제품을 뛰어넘는 기능을 갖추는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압사랑이 개발한 대형차용 메인콘트롤밸브는 유압용 기름유출방지 기능을 내장해 기존 수입제품보다 에너지효율을 10%이상 끌어올린데 반해 크기를 20%나 줄인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압사랑이 메인콘트롤밸브를 수입 대체하는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창사 이후 3년간 수입대체 기술개발만 14건에 이르며 이중 6개의 제품은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이들 양산제품은 기능에서 유럽 제품에 근접한 반면 가격은 더 싸게 만들어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임 사장은 “지난해 출시한 청소차용 메인콘트롤밸브의 경우 100만원대 중반이던 가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었다”며 “자체 설계능력을 통해 지속적인 수입대체가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렴하고 질좋은 제품은 시장이 먼저 알아봤다. 핵심부품이 국산화되자 국내 업체의 주문이 급격히 늘어 지난 2007년 2억 5,0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2억원으로 5배 가량 뛰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환율이 오르자 해외에서도 문의가 들어오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중국과 일본으로의 첫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유럽과 일본산이 세계시장을 점령하는 유압부품소재 분야에서 독자적인 설계와 개발능력으로 세계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유압사랑은 이에 올해 매출목표를 45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기존에 개발된 국산화제품 중 올해 양산 예정된 제품만 9개에 이르고 있다. 임 사장은 “세계 경기가 어렵지만 오랫동안 갈고닦은 기술력으로 무장하니 이제야 앞이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국산화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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