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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반발 우려에 '수수료 개편' 늑장… 가을 이사철 넘길 판

■ 기형적 중개료에 전세 난민 두번 우는데… <br>3억 이상 전세는 0.8% 적용… 같은 값에 매매때보다 높아<br>8월 말 예정 용역결과 안나와… 내년으로 시행 늦어질 수도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으로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업소가 매매 문의를 하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E아파트 전용면적 94㎡에 전세를 얻어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45)씨는 요즘 전셋집 찾기에 여념이 없다. 당장 다음달 말이 전세 만기지만 집주인이 반전세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개업소에 문의해보니 현재 전세시세는 3억2,000만원으로 2년보다 4,000만원이 치솟아 있었다. 결국 집사람과 맞벌이로 2년 동안 모은 돈과 전세자금대출을 조금 더 보태 전세금을 마련했다.

복병은 중개수수료였다. 2년 전에는 중개수수료가 2억8,000만원의 0.3%인 84만원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무려 256만원을 지불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전세 가격이 3억원 이상일 경우 중개수수료율 상한선으로 0.8%를 적용해야 하는 조례 때문이다.

김씨는 "매매는 2억원에서 6억원 사이는 상한요율이 0.4%인데 전세는 왜 3억원부터 0.8%로 급상승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전세금과 중개수수료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뛸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약을 앞둔 임차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셋값 마련에 허덕이고 있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주로 거주하는 임차인들은 매매가격보다 훨씬 높은 전세 수수료율을 물어야 함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전셋집 재계약에 나서고 있어 정부가 조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소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4억8,556만원, 전셋값은 3억715만원이다. 불과 2년 전인 지난 2012년 7월 매매가격은 5억2,388만원, 전셋값은 2억6,441만원으로 2년 새 매매가격은 3,832만원 떨어졌고 전셋값은 4,274만원 뛰었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소재 아파트의 평균에 불과하기 때문에 김씨와 같이 상대적으로 직장인과 학군수요가 탄탄한 인기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이 체감하는 전셋값 상승폭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웬만한 아파트 전세는 상한 수수료가 적용되는 셈이다.



서울 지역의 평균 매매가격인 A아파트를 매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당장 이 아파트를 사면 2년 전(209만원)보다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0.4%)는 15만원이 줄어든다. 하지만 전세계약을 하게 되면 수수료(0.8%)는 245만원으로 2년 전보다 상승폭(34만원)이 훨씬 크다.

2000년 개편된 이래 14년째 묶여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 때문이다.

현행 법률상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지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 각 지자체마다 요율을 별도로 적용할 경우 중개업자의 극렬한 반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월 '2014년 업무보고'를 발표하면서 연내 주거용 오피스텔 수수료율 조정과 전세-매매 수수료 불균형 해소 등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를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용역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국토부가 조속히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전에도 정부나 국회, 시의회가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추진했다가 이해 당사자인 중개업자들의 반발에 밀려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책 추진 속도로는 가을 이사철 이전에 개편 절차를 완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국토부가 눈치를 보다가는 자칫하면 내년으로 시행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부동산중개업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상당수 중개업소들이 현금영수증 발행을 꺼리고 있다"며 "수수료율 개편 등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주거안정과 가처분소득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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