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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뻔뻔스런 협동조합들
입력1999-03-26 00:00:00
수정
1999.03.26 00:00:00
吳鉉歡기자 사회문화부정말 개혁할 뜻이 있는 것일까.
요즘 협동조합들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들이 정말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한다. 말로는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집행부는 물론 조합구성원들이 잃어버린 협동조합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했으면 당연히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요즘 농협·축협 등 협동조합들이 보인 작태는 정말 실소(失笑)를 금하기 어렵다.
농림부가 협동조합 개혁안을 발표한 뒤 김성훈(金成勳)장관이 전화기에 발신지추적장치를 달았다는 것은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장관이 없는 낮에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 사람들의 정말 비겁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축협의 작태도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축협은 지난 25일자 일간신문에 축협직원 등의 명의로 「金장관이 협동조합 개혁과 관련해 진실과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는 광고를 냈다. 물론 전국 농축산관련 교수 366명을 서명도 함께 넣었다. 그러나 축협은 이 광고를 밤새 신문에서 빼냈다. 교수들이 그런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얘기로는 작년 10월 축협이 농림부장관에게 보낼 건의문을 작성할 때 서명했는데, 건의문은 전달하지 않고 이름만을 도용해 이번에 신문광고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개혁을 하겠다는 집단이 어떻게 교수들을 동원해 개혁을 반대하는 광고를 낼 수 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수협의 행태는 거의 코미디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사람이 이력서에 K대졸업이라고 쓰고, 그 전력이 문제가 되자 감사선거 전에 사퇴하지 않고 굳이 당선된 뒤 사퇴했다. 이유는 명예를 되찾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미 학력을 속인 사실이 드러난 것, 자체가 명예의 실추일진데 감사로 당선된다고 「거짓말장이」의 불명예가 회복될 수 있는 일인지 개가 웃을 일이다.
농·수·축협 등 협동조합들이 대규모 감원과 통폐합 등 대대적인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이번에 기필코 개혁을 이루겠다고 다짐한게 불과 엊그제다. 여론의 눈길이 약간 비켜가는듯 하자 다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개혁을 하겠다고 국민앞에 머리숙여 다짐했던 조합들이 어찌 이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들을 계속 할 수 있을까. 38년여 협동조합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라는 이번 협동조합개혁이 과연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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