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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것에 대한 경외감

가려진 것에 대한 경외감 29일 선화랑서 김희경展 청동으로 빚어 낸 나무와 잎사귀 들,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주변의 것들을 끌어 당기는 응집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밀고 당기는 에너지의 균형 및 충만을 상징하는 것으로 견고한 생명의 연출이다. 막 꽃을 피우려는 봉오리가 있고, 풀잎이 그 옆에 서성이고, 또 자그만 생명체들인 풀벌레도 함께 한다. 조각가 김희경(44ㆍ수원대 교수)은 "언제부턴가 우리는 바로 눈 앞에 놓이지 않으면 보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치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시간, 공간의 개념조차 잃어가는 무감각의 질병에 오염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때문에 작가는 자신을 인위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나무 등속 등으로 자신의 관심을 옮겨가는지도 모른다. 지난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선화랑에서 전시를 갖는 김희경이 이번에 내놓은 주제는 '영혼의 나무'이다. 말하자면 작가는 나무 그 자체의 생명 못지않게 그 속에 투영되는 여러 생명 주체들의 영혼이 자리를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음이다. 해서 작가는 이렇게 덧붙인다. "거대한 것보다는 작은 존재들에 대해, 드러난 것보다는 가리어진 것에 대해,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들에 대해 세심한 배려로 사물을 바라보고 싶다." 작가가 나무 그 자체 보다는 그 속에 담긴 작은 잎사귀들에 더욱 집착하는 것은 감상적으로 세상을 바라 본 결과이기 보다는, 이처럼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뒷심으로 작용한 탓이었다. 언뜻 보기에 가냘프게 보이는 생명 들에 대한 경외감을 작가는 견고한 브론즈 조각으로 옮겨 놓은 것. 여성 작가로는 물리적으로 다루기 힘든 주조와 판금 작업을 통해 영혼의 나무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는 김희경은 구리와 나무 사이의 부조화를 치밀한 노동으로 해소하면서 발아(發牙)하는 꽃잎과 풀잎의 형상들을 힘있게 묘사하고 있다.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무대의 한 복판에 불러내 생명예찬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김희경의 조각 작업은 그대로 영혼의 울림으로 해석된다. 미술평론가 유준상은 그의 작업에 대해 "김희경의 발상은 사물의 구조 속에 내재하는 의미를 탐색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그는 단순한 조형 작가가 아니라 오히려 탐색가로 지목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내달 12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2)734-0458. 이용운기자 입력시간 2000/11/29 17:5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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