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과 연결만 되면 불행의 씨앗을 잉태하는 것일까.
외환은행의 인수합병(M&A)에 연결된 사람이나 해외 기관들이 연이어 불행의 터널에 들어가고 있다. 조금은 비약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이쯤되면 '외환은행의 저주'라 할 만하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호주의 세 번째 규모로 한때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던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대출 실적 부진 등의 문제로 1,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력 감원이 오는 9월30까지 이뤄질 예정이며 감원 대상에는 중간 관리자급과 후선 업무직, 보조 직원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ANZ는 임원들의 월급도 동결할 방침이다. ANZ 관계자는 "임원들의 월급 인상을 계속 억제할 방침"이라며 "올해 대부분의 임원들의 급여가 2012 회계연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에 2억달러를 투자, 국내 첫 외자 유치 대상이자 국내 시중은행의 첫 외국계 주인으로 기록됐던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자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코메르츠는 2008년 9월 경쟁업체인 드레스너방크를 인수했지만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결국 독일 정부로부터 1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 독일 정부가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코메르츠의 뒤를 이어 주인이 된 론스타 역시 '먹튀'의 오명을 쓰면서 외환은행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의 씨를 뿌렸다. M&A의 주역이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훗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매각에 관여하면서 오랜 세월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외환은행이 참 긴 세월 동안 고통스러운 생활을 보냈고 연계된 조직이나 사람도 불행함을 맛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되는 만큼 새 출발을 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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