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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에게 일본은…

■ 이건희 회장에 일본 의미는<br>틈날때마다 일본 방문 올들어서 벌써 네번째<br>환경변화 정확히 포착 삼성이 나갈 방향 설계



이건희(사진) 삼성 회장이 일본을 방문 중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이 회장의 방일은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그에게 일본은 어떤 의미일까.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그 다음달인 4월 첫 대외 공식 활동을 일본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 회장단과 만찬을 갖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뒤 2012년 9월11일 이 회장은 리카싱 홍콩 청콩그룹 회장과 오찬을 가진 뒤 바로 일본으로 출발했다.

경영복귀 이후 이 회장이 일본을 방문했거나 일본 재계 관계자들을 만난 횟수만도 10여 차례 이상이다. 2년 9개월 동안 대외 활동의 절반 이상이 일본과 관계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사랑'은 여느 재계 총수에서 볼 수 없는 이 회장 만의 모습.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일본에 집착하고 있을까.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이 회장에게 일본은 또 다른 안식처다.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일본으로 유학을 갔고 일본 와세다대에서 공부했다. 현재도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로 그에게 일본은 청춘의 한 자락이다.

동시에 일본은 이 회장에게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틈날 때마다 임원들에게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이 회장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예나 지금이나 일본 산업계 지인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경청'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청'의 포인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 과거 일본은 삼성에 따라 배워야 할 '캐치업'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일본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는 반면교사의 대상이 됐다.

1987년 삼성 회장 취임 이후 그는 틈날 때마다 일본을 찾았다. 그는 1993년 '신경영 선언'을 발표했는데 그때 모태가 됐던 것이 일본의 출장과 습득이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본에서 이 회장이 삼성의 캐치업 모델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연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영복귀 이후 이 회장의 경청은 예전과 판이하게 다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삼성이 모델로 했던 소니ㆍ샤프ㆍ파나소닉 등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공개적으로 삼성전자 TV에 밀리면서 'B2C'에서 방송장비 등 'B2B'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LCD사업 합작을 청산했는데 소니가 사업전환을 이유로 삼성 측에 먼저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때 LCD시장을 호령했던 샤프는 돈이 없어 구조조정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이지만 양산 기술이 없어 이제는 삼성에 도움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경영복귀 이후 그는 여전히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배움의 포인트가 '일본의 어려움을 통해 삼성의 미래'를 찾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이면에는 언제든 삼성도 일본 기업과 같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한마디로 일본 재계 지인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소니'의 어려움을 통해 '삼성의 방향'을 찾고 일본 전자업체가 '스마트'로 대변되는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삼성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해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전직 고위 임원은 "사실 미국ㆍ유럽 등은 삼성 등 한국의 경영 환경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반면 일본은 우리와 흡사하다"며 "이 회장은 일본이 잘나가면 잘나가는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일본을 통해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1일 이 회장은 취임 25주년을 맞는다. 회장 취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본에서 삼성의 미래를 찾는 그가 올해 말 취임 25주년과 정기 인사를 통해 어떤 삼성의 모습을 그릴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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