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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법정관리 신청하자 정부나 채권단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쌍용차의 지원 여부나 회생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해 “일단 법원 결정을 지켜보자”면서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채권단 역시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회생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시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를 신청해버린 이상 행정적으로 쌍용차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채권단 “법원 결정 지켜보겠다”=채권단은 일단 법원의 실사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원이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를 밑돈다고 판단할 경우 곧바로 파산절차에 들어가 채권단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 지원 여부 등은 정부와의 협의 아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운영자금은 지원한다”며 “담보권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영업상태는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금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채권 2,380억원에 대해 담보를 117% 보유하고 있어 청산해도 손해날 것은 없다”면서 “국책은행으로서 국가경제와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살리는 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냐”고 밝혔다. 다른 채권은행들도 “경제논리로는 청산하는 게 맞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본부장은 “쌍용차 대출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미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모두 쌓았다”며 “부채를 탕감한다고 해도 경기가 안 좋아 회생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매각을 진행한다고 해도 인수자가 나설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파산절차를 밟아야겠지만 직원들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며 “‘살 수 있는 기업만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이 쌍용차 처리과정을 통해 어떻게 투영될지가 관심거리”라고 전했다. 한편 쌍용차 채권액은 산업은행이 2,38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530억원 ▦우리은행 120억원 ▦국민은행 67억원 ▦외환은행 26억원 등의 순이다. 또 해외전환사채 2억유로, 공모채 1,500억원 등 부채규모는 총 8,300억원에 달한다. ◇협력업체 지원대책 마련은 착수=정부는 쌍용차의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에는 착수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경영사정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결정으로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쌍용차 협력업체의 대체 판로 마련과 함께 관계당국과 협의해 유동성 지원이 이뤄지도록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특히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우량 협력업체가 도산하지 않도록 이번주 말 금융위원회 및 채권단과 쌍용차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다음주 열릴 실물ㆍ금융 종합지원단 회의에서도 쌍용차 협력업체에 대한 종합적 지원방안을 의제에 올려 논의할 계획이다. 지경부는 일단 쌍용차 주요 협력업체 대표들을 소집해 애로점을 청취하고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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