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회사의 지급여력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재보험 가입 물량을 늘리려는 보험사가 나오고 있다. 재보험 출재를 늘리면 위험 자산을 줄일 수 있어 RBC 비율이 올라간다.
경기 부진으로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 직접적인 자본 확충이 여의치 않자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셈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 대형 손보사를 비롯해 RBC 비율이 당국 권고 수준인 150~200% 언저리에 있는 보험사를 중심으로 재보험 출재 확대를 검토하는 곳이 적지 않다.
RBC 비율을 높이려면 자본을 늘리거나 위험 자산을 줄여야 한다. 재보험 출재는 상품 포트폴리오 변화와 함께 위험자산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 방안이다.
특히 이런 흐름은 손보사에서 강하다. RBC에는 보험ㆍ금리ㆍ시장ㆍ신용ㆍ운영 등 5개 리스크가 있는데 재보험 출재는 보험리스크 감소에 영향을 준다. 생보사의 경우는 보험 리스크가 낮아 재보험 출재로 얻는 RBC 비율 제고 효과가 적지만 손보사는 사정이 다르다.
장기보험 중 배상책임이 큰 재물ㆍ해상 보험 등이 많아 재보험을 가입하면 RBC 비율도 그만큼 올라간다. 당장 RBC 비율이 200%에 못 미치는 손보사들은 재보험 출재 확대를 다각도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화손보가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메리츠화재ㆍ롯데손보 등도 자본 확충을 적극 검토하는 등 RBC 비율 올리기는 보험사에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손보사를 비롯해 중소형 손보사와 일부 생보사가 재보험 출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의 목적도 있지만, 속내를 보면 RBC 비율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위험 자산을 줄일 요량으로 재보험 출재 확대, 만기가 긴 채권 매입 등을 늘리는 보험사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코리안리가 국내 보험사로부터 받은 재보험료 수익을 손보협회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10 회계연도 3조7,238억원 ▦2011년 4조1,428억원 ▦2012년 4조3,942억원 등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1조404억원이 걷혀 지난해 동기 대비 38.7% 늘었다. 당국이 내년 말까지 RBC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기 때문에 재보험 출재 확대를 통한 RBC 비율 제고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보험 출재로 보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재보험 출재 확대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RBC 이슈에 민감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고 자본 확충 방안 등과 견줘 최적의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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