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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금융 '25%룰' 한·EU FTA 저촉 가능성

수입차 업계 "자유무역 제한"

수입차도 계열사에 물량 50% 이상 할당… 반발 클 듯

금감원 "공공정책이라 문제없다"

금융감독 당국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 계열사 취급물량을 25% 이하로 제한하는 '25%룰'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 규제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룰이 국내 업체인 현대캐피탈뿐만 아니라 유럽 차인 BMW나 벤츠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7일 "(한ㆍEU) FTA 협정에 향후 무역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게 있는데 금융당국의 25%룰은 수입차 업체에 실질적인 제한이 될 수 있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발효된 한ㆍEU FTA 협정문의 자동차 및 부품에 관한 부속서에서 양측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해 완전한 상호 시장접근을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특히 '7조의 무역을 제한하는 그 밖의 조치' 항목에는 형식승인이나 기술규정 외의 규제조치로 상대편의 시장접근 이익을 무효화하거나 손상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명시돼 있다.

수입차 업계는 자동차 판매시장의 특성상 자동차할부금융 점유율을 제한하면 차 판매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자유로운 무역을 제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당국이 25%룰을 꺼낸 것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을 정조준한 것이었다. 하지만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게 됐다. BMW나 벤츠·폭스바겐 같은 주요 수입차 업체도 자사 물량의 상당 부분을 계열 할부금융사에서 담당하는 탓이다. 수입차도 같은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된 셈이다.

당장 BMW와 벤츠·폭스바겐 등 수입차 '빅3' 업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독일 수입차들은 계열 할부금융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유예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유예할부 프로그램이란 차 값의 20~30%를 선납하고 3년간 이자만 낸 뒤 만기시점에 차량 가격을 한번에 지불하는 구조다. 처음 들어가는 돈이 적다는 점에서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판매 1~2위 업체인 BMW와 벤츠는 할부금융으로 팔리는 차량 중 계열 금융사가 가져가는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아무리 낮아도 최소 50%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도요타파이낸셜이 62%, 폭스바겐이 53%에 달하기 때문이다. 25%룰이 적용되면 25%를 넘는 부분을 줄여야 한다.

게다가 할부금융 계열사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 취급하는 차량 할부는 100% 계열사 물량이다. BMW와 벤츠, 폭스바겐·르노삼성 등의 할부금융 업체는 모두 계열사 차만 취급한다. BMW를 할부로 사는 사람 중에는 BMW파이낸셜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BMW파이낸셜에서는 BMW차만 취급한다는 얘기다.

벤츠의 한 관계자는 "벤츠파이낸셜이 전세계 4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이 같은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당한 차량 판매가 줄어들 수 있어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본사와도 논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당장 25%룰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독과점 해소를 위한 공공정책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더라도 공공정책을 위한 것은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아직은 25%룰을 검토하는 단계로 더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FTA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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