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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YS와 DJ, 슬픈비교
입력1999-06-22 00:00:00
수정
1999.06.22 00:00:00
지난 98년 1월 이 칼럼을 처음 시작할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당선자에게 5년전 신문을 읽어보라고 권고했다. 전임자를 반면교사로 삼아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말아달라는 취지였다.1년반이 지난 지금 그 칼럼의 후속편을 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과 5년전의 모습이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흔들리고 국론이 분열돼 있다. 金대통령은 지금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면 전임자처럼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역사 바로세우기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했지만 무능과 아집·독선으로 말미암아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YS는 재임시 「고통」으로 불렸다. 고집스런 성격을 빗댄 별명이었다. 그는 경제위기 관리를 제대로 못해 국민들에게 크나 큰 고통을 줌으로써 별명을 여실히 입증했다.
DJ에게도 별명이 있다. 국내에서 보다 외국에서 더 잘 통한다는 의미로 「외통」이라 불린다. 지난해 5월 미국방문 때는 미국 정계 및 금융계 인사들로부터 『한국의 유일한 경쟁력은 DJ』라는 말까지 들었다.
요사이 그 별명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외곬수와 외통수란 의미의 외통이 된 것이다. 金대통령은 옷사건에서 보듯 여론과 민심을 무시하고 외곬수로 나왔으며, 정책을 마치 대결하듯 외통수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해석의 근거다.
최근 『DJ가 점점 YS를 닮아 간다』는 얘기가 부쩍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이반된 민심을 잡기 위해 부랴부랴 돈을 쏟아붓고 청와대에 민정수석실을 새로 두는등 얄팍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마치 이 나라가 5년전으로 되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까지 한다.
『YS는 능력이 부족하고 단순한 반면 DJ는 능력이 출중하고 신중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이처럼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걷는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청와대 비서진에 있다.
최고통치자의 비서들은 일종의 프리즘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태양이 아무리 따스한 햇볕을 광범위하게 내리 쬐어도 프리즘을 지나면 한 곳으로 몰리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지면에 닫지 못하고 그냥 흩어져 버릴 수도 있다.
YS비서진들은 대통령의 햇빛이 미약하자 그의 아들을 햇빛인양 반사시켰다. 반면 지금의 청와대 비서진들은 대통령의 햇빛이 너무 강해 제대로 투과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 』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들의 공통 주제가는 「애모」지만 중심구절은 서로 다르다.
YS시절 청와대 비서관들은 지도자의 독선과 무능을 애타하면서도 감히 앞에 서지 못하고 등뒤에서 눈물만 흘렸다. 또 일부는 자기 잇속만 챙겨 대통령의 뒷통수를 치기도 했다.
반면 현재의 청와대 비서관들은 대통령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에 짓눌려 대통령 앞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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