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연내 7~8차례의 협상개최 계획이 있음을 밝혀 한ㆍEU FTA가 지난 4월 타결된 한미 FTA에 앞서 발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한ㆍEU FTA 협상 출범을 공식 결정했다. 이에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피터 만델슨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6일 외교부에서 한ㆍEU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양측이 1차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 후 당초 계획보다 많은 5~6차례의 공식 협상을 연내 개최할 예정이며 1~2회의 중간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혀 한ㆍEU FTA 협상이 이르면 내년 초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EU 협상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FTA추진단장도 “EU와의 FTA 협상은 미국에 비해 훨씬 수월해 예상치 않은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1년 내 타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경부도 미국과 워낙 강도 높은 FTA를 체결한데다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EU와는 민감한 부분이 적어 협상타결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이 지난해 6월 시작돼 10개월 만에 8차례 공식협상 끝에 타결된 점을 감안할 때 한ㆍEU FTA 협상은 이르면 연내 타결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한ㆍEU 협상이 고속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은 큰 진통이 예상돼 거북이걸음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9월 정기국회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더라도 국회 심의과정과 연말 대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정기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측 역시 의회 비준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상황이다.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내년 4월 총선 후로 넘어가면 협상 타결시 한ㆍEU FTA는 한미 FTA보다 먼저 발효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치권 역시 한ㆍEU FTA의 부담감이 적고 한미 FTA의 충격을 줄인다는 명분도 가지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해 산업자원부 장관 재직시 “한ㆍEU FTA가 한미 FTA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역시 EU 국회 비준을 거친 뒤 개별 회원국 비준까지 마쳐 하는 등 비준절차가 까다로워 한미 FTA를 추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EU와의 협상이 상대적으로 쉽고 걸림돌도 적지만 얼마나 EU 측이 적극성을 띨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