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유 덤 판매가 조만간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낙농가들이 현재의 우유 덤 판매 관행에 대해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반기를 들고 일어서면서 유업체들도 우유 덤 판매행사를 자제할 계획임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12일 국내 유업체 및 대형할인점 등 총 24개 업체에 우유 덤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낙농육우협회는 현재의 우유 덤 판매가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유가공업체의 손실로 이어지면서 결국 낙농가의 공급단가 하락을 유발해 국내 낙농가의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우유 덤 판매가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우유 판매량이 오히려 5% 감소한 사실은 덤 판매가 우유 소비촉진의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며 “이로 인해 지난해 유가공업계의 경영손실이 3년 만에 6배가 늘어난 1,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덤 판매가 유업체와 낙농가 모두에게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낙농육우협회는 앞으로 유가공업체와 대형유통업체를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하는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도 현행 덤 판매에 대한 제재방안을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우유 덤 판매 관행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협회는 ‘우유 공급중단’과 같은 강경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낙농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국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앞으로 우유 덤 판매행사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최근 우유 소비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유업체 사이에서 ‘1+1 행사’나 ‘끼워팔기’와 같은 과도한 출혈경쟁이 벌어진 게 사실”이라며 “지금 당장 덤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는 힘들지만 현 수준의 절반으로 대폭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 달 말부터 우유 덤 판매행사의 축소방침이 적용될 예정이다. 유업계 선두기업 서울우유가 덤 판매행사를 자제키로 결정한 만큼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 다른 유업체들도 조만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덤 판매를 줄인다면 나머지 업체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지금 당장 덤 판매를 중단하긴 힘들지만 자제하거나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도 “건전한 우유소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선 끼워팔기를 자제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다만 그동안 덤 판매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시켜 나갈 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대형유통업체도 유가공업체가 덤 판매를 줄여나간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 개 값에 두 개 팔 것을 제값 주고 팔게 된다면 수익도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구매 횟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할인점 입장에선 덤 판매를 없애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다”며 “우유를 덤 판매를 줄인 대신 1년 365일 값이 동일한 ‘365 상품’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측도 “덤 판매중단이 오히려 저렴한 가격의 할인점 PB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점차 덤 판매관행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업체들이 살아 남기 위해선 결국 우유 판매량을 늘려가는 길밖에 없다”며 “한 장을 만드는 데 1L의 우유가 필요한 치즈처럼 장기적으로 우유를 활용한 가공식품 생산 및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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