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의상 사이로 허리 부위 테이핑이 보였다. 허리 통증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김연아(16ㆍ군포 수리고1)는 얼음판 위에 나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하지만 걱정은 금세 탄성으로 변했다. ‘종달새의 비상’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번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을 깨끗하게 마친 뒤 멋진 이너바우어(허리를 뒤로 젖힌 채 활주)와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을 성공시키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한 차례 착지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레이백 스핀과 트리플 러츠 등 고난도 기술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피겨요정’ 김연아가 여자 피겨 ‘별 중의 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16일 밤(이하 한국시간) 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팰리스에서 펼쳐진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그랑프리파이널 마지막 날. 김연아는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9.14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따낸 65.06점(3위)을 합친 총점 184.20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1위에 올랐던 일본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172.52점)를 11.68점 차로 크게 제친 역전우승이었다. 지난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한국선수 처음으로 1위에 오른 김연아는 지난달 초 시니어그랑프리 2차대회 3위 입상으로 성인무대에 통할 만한 실력을 입증했다. 11월30일 같은 대회 4차대회에서 성인무대 2번째 출전만에 정상에 오른 그는 ‘배우는 기회로 삼겠다’던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세계 빙상계를 놀라게 했다. 주니어무대 정상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단 9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그랑프리 시리즈 상위 6명만 초청 받는 이 대회는 동계올림픽, 세계선수권의 권위를 잇는 빅 이벤트다. 이제 정상 등극보다 어려운 과제인 수성이 남아 있다. 이번에 비록 실수를 저지르며 2위에 그쳤지만 아사다와의 접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당장 내년 3월 도쿄에서 펼쳐지는 2007 ISU 세계선수권대회에 나란히 처음으로 출전해 또 한번 ‘피겨여왕’ 자리를 다퉈야 한다. 진통제를 먹으며 투혼을 발휘한 김연아는 경기 직후 “예상치 못했던 우승어서 기쁘다. 실수를 했던 게 아쉽지만 감점이 적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하면서 “한달 앞으로 다가온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고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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