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굴뚝에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일까. 한국 경제의 원동력인 제조업에 예상보다 빠르게 봄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기업의 생산활동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것. 특히 제조업 중 반도체 및 부품,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가동률이 높아졌고 자동차업계 역시 정부의 세제지원을 등에 업고 공장 가동률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살아나 재고ㆍ출하순환 회복으로 이어질 경우 본격적인 경기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보이고 있다. ◇제조업에 봄바람 부나=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 1ㆍ4분기 산업활동동향에서 숨은 지표 중 하나가 제조업 생산확산지수다. 경기 상승ㆍ하강 사이클에서 강한 선행성을 보여주는 제조업 생산확산지수가 1년여 만에 기준점인 50을 넘어선 것. 지난 3월 제조업 생산확산지수는 62.2로 전월보다 23.7포인트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업종 생산확산지수 역시 최근 2개월간 증가하면서 56.7을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확산지수는 1월 12.8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가 2월 38.5로 급격한 반등에 성공하며 3월에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생산확산지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비해 6~9개월 정도 선행하고 국내총생산(GDP) 전년 동분기에 비해 2~3분기 정도 선행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월 14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 체감경기가 서서히 살아날 수 있다는 밝은 전망도 가능하다. 제조업 체감경기도 좋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전월 대비 12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해 10월(6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도 반도체 및 부품,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1ㆍ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3월 전월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69.3%로 바닥을 치고 급속하게 우상향 그래프 곡선을 그리고 있다. ◇1ㆍ4분기 기업 실적도 ‘선방’=최악의 상황이 우려됐던 1ㆍ4분기 국내 기업 실적 역시 예상보다 좋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137개사 중 78개가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 평균보다 나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ㆍLG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전기전자업종에서 4,861억원 영업손실에 그치며 당초 예상치(1조216억원)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유가 상승과 재고물량 재구축 효과로 화학업종 역시 1ㆍ4분기 예상치보다 17%나 웃돈 1조3,9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은 1ㆍ4분기 선방을 바탕으로 2ㆍ4분기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를 줄줄이 올려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중 일부 라인을 제외하고는 100% 가동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연간 39만대 생산능력을 초과해 총 48만대까지 예상되는 소형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6일부터 아반떼 혼류생산을 시작했다. 1ㆍ4분기 깜짝 실적을 보여준 유화업계 역시 3월부터 계속된 풀가동 체제를 바탕으로 2ㆍ4분기에는 더 나은 실적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숫자로는 좋은 성적표를 예상하면서도 ‘경기 바닥론’에 대한 전망은 조심스럽다. 제조업이 살아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바닥을 뚫고 확실하게 올라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와 수출이 살아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신종플루와 미국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기가 쉽게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회복 징후는 일시적으로 영향력이 커진 환율과 정책 효과 때문”이라며 “설비투자ㆍ소비재판매 등 부진한 부문에서 회복이 뒤따라야만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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