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는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세수 보전분을 긴급 수혈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상반기가 지난 뒤 정산할 돈이지만 지자체들이 재정난을 호소하자 일부를 미리 떼어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규모가 2,8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돈가뭄이 워낙 심해 정부 조치로도 해갈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4월 단행한 취득세 감면조치 이후 빚어진 나라살림의 단면이다. 2~4%인 주택취득세율을 1~3%로 낮춰주는 조치가 지난 1월 거래분부터 소급 적용돼 이달 말까지 진행됨에 따라 세율인하로 줄어든 지자체들의 세금수입을 정부가 급하게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긴급수혈금을 포함해 정부가 올 1~6월분 취득세 감면조치로 지방에 메워줘야 할 자금은 1조800억원(안행부 추계치)에 이른다.
물론 이 같은 자금수혈은 올해만의 특수사항이 아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한시적으로 주택취득세율을 인하하면서 각각 2조3,300억원과 8,700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와 2011년에는 취득세 감면시한이 각기 해당 연도 말에 마감됐다. 따라서 주택취득세 감면 종료 직후 일어나는 부동산 거래 급감 현상(속칭 거래절벽)은 해당 연도 세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각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수혈로 버틸 수 있었다. 반면 올해는 연말이 아닌 상반기에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다.
지자체들이 지난해 말 짜놓은 올 예산회계 기간이 반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거래절벽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취득세 감면시한이 종료되면 정부의 세수부족분 수혈도 함께 끝나 지자체들은 거래 급감에 따른 재정 펑크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고 취득세 감면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자고 공식 요청할 수 없다는 데 지자체들의 딜레마가 있다. 지자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취득세 인하로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자율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도와주고 싶어도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지자체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정부의 수입원인 국세(소득세ㆍ법인세ㆍ부가가치세 등 내국세와 관세) 수입에도 구멍이 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정부가 거둔 세수는 전년보다 9조원가량 부족하다. 정부는 최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12조원의 세수부족 보충자금을 마련했지만 4월까지와 같은 세수부족 사태가 계속된다면 상반기 추경만으로도 구멍을 다 메울 수 없는 처지다.
이런 마당에 지자체들은 무상보육 전면 확대와 같은 복지비용 증가 부담까지 떠안은 상태. 더구나 일부 지자체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경기부양책에 협조하기 위해 재정확대를 하려고 냈던 빚(지방채 발행분)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중ㆍ삼중의 재정난에 처해 있다. 서울시만 해도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과 2010년 경기부양을 돕기 위해 1조5,000억여원의 빚을 추가로 졌는데 이를 다 못 갚아 내년에도 3,000억원가량을 더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시보다 재정이 열악한 다른 지자체들은 문제가 더 심각한 실정.
이러다 보니 일부 지자체들에서는 주요 공공사업 중단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사업이 중단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고 사업참여 기업들의 경영이 타격을 받아 경기진작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자체와 선제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정부와 지방을 아우르는 재정난 대응방안을 함께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반기 취득세 감면연장 조치가 연말이나 내년에 다시 실시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남아 있으면 그만큼 주택거래 절벽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어 정부와 국회가 취득세 향방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시급히 마련, 공개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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