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유럽 리스크가 또다시 증폭되면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모멘텀이 없어 당분간 해외 변수에 따라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체력이 튼튼한데다 중국도 긴축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8.64포인트(2.08%) 하락한 1,819.1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달 25일 1,776.40으로 마감하며 단기 저점을 기록한 뒤 지난 7일 1,920선까지 올라섰지만 또 다시 유럽 문제가 불거지며 1,800선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은 이날 2,906억원을 내다 판 것을 비롯해 닷새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2,484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가운데 국내 기관마저 30억원 사들이는데 그치면서 증시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증시를 비교적 큰 폭으로 끌어내린 변수도 유럽이었다. 유럽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유럽의 재정위기는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어렵다”고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독일이 유로안정화기구(ESM) 자금 확대에 반대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국내 증시 압박요인으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독일의 불안한 태도가 시장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주요 이벤트들이 예상대로 별다른 기대를 주지 못한 점도 우리 증시의 상승 탄력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았고 14일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 규제 지속 등 현재 거시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장을 이끌어 나갈 만한 다른 모멘텀이 없다 보니 유럽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우리 증시가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유럽 악재가 증시에 부담을 주면서 연말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만의 모멘텀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 글로벌 증시와의 동조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이후 시장 위험 자체는 완화됐고 우리증시의 기초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에 조정을 받더라도 지수 저점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는 걸 의미하고 중국의 긴축 완화 가능성은 이번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당분간 한국 등 글로벌 증시의 약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하방 경직성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