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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뉴욕 유대인사회 시름의 나날
입력2001-10-14 00:00:00
수정
2001.10.14 00:00:00
무역센터서 큰 희생불구 사망확인도 못해뉴욕의 유대인 커뮤니티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한달 전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붕괴됐을 때 많은 유대인들이 숨졌고,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은 이스라엘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유럽에 살던 많은 유대인들이 2차 대전때 독일 나치의 대량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고, 그들은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동부에 밀집해 살고 있다. 그들은 뉴욕 금융가에 많이 진출해 있고, 그중 상당수가 세계무역센터에 근무하고 있었다.
아직 얼마나 많은 유대인이 실종됐고, 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참사 한달 후인 지난 11일 현재 세계무역센터 참사로 실종된 사람은 모두 4,815명에 이른다.
1,700명의 실종자에 대해 가족들이 종교 의식에 의해 장례를 치르겠다고 희망했고, 이중 10%가 유대교 장례를 희망한 것으로 조사돼 있을뿐이다.
유대교 윤리를 규정한 탈무드에 따르면 남편이 실종됐을 경우, 랍비 법정에서 사망을 선고해야 미망인이 재혼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뉴욕 인근에 산재해 있는 유대교 종파 지도자들은 지난달 20일 맨해튼에서 모임을 갖고 실종과 사망에 관한 정보를 상호 교환하되, 사망 판단은 각 종파의 기준과 의식에 따르기로 했다.
정통파는 탈무드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진보적 종파는 자유로운 재혼을 존중하고 있다.
유대교 단체들은 세계무역센터 주인인 뉴욕-뉴저지 항만청에 사망자의 단서를 요청하는 한편, 그 단서가 수집되면 DNA 조사를 통해서라도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사망 확인이 어려운 여건이다.
9.11 참사와 이에 따른 보복 전쟁의 중심에는 유대인과 아랍국가의 오랜 적대적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알카에다 테러조직의 대부인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 공습 후 비디오 테이프에서 이스라엘이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하고 있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세력의 성전(지하드)을 촉구했다.
지난 한달여 사이에 뉴욕에선 유대인에 관한 많은 루머가 돌았다. 9.11 참사가 유대인의 설날인 로쉬 하샤나 데이(18일)를 앞두고, 뉴욕 월가를 지배하는 유대계를 겨냥했다는 설, 유대인들이 또다른 명절인 욤키퍼데이(9월 29일)를 보내고 뉴욕 증시를 띄워 올렸다는 설등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설들은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근거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뉴욕 월가에 유대계가 상당한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드만 삭스는 유대계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투자은행으로, 뉴욕 월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월가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코만스키 회장, 미국 최대상업은행인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과 로버트 루빈 회장이 모두 유대인이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뉴욕 출신으로,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뉴욕 증시가 반등하는데는 유대계 투자자들의 반격 때문이라는 루머를 입증할 길은 없다.
하지만 지난 24일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 애비 코언이 증시 개장에 앞서 "일어나라, 지금이 주식을 살때"라며 선동에 가까운 구호를 외친 후 증시는 바닥을 탈출했다.
이어 지난 10일과 11일 골드만 삭스와 메릴린치가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뉴욕 주가가 한달만에 참사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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