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3개 중 1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이를 방어할 수단이 없는 기업도 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상장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장사 가운데 31.2%는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했다. 또 4개사 중 1개사(25.7%)는 경영권 공격에 방어할 수단이 없다고 대답했다. 경영권에 대한 위기감은 코스닥 상장 기업과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일수록 더 컸다. 특히 경영권 방어수단과 관련해 대부분의 국내 상장사들은 막대한 현금이 투입되는 ‘대주주 지분율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지분 확대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지만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요구되는 황금낙하산이나 초다수결의제 등의 활용은 9.9%에 그쳤다. 현금이 없으면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는 셈이다. 전경련은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외국계 자본이 쉽게 경영권을 공격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마땅히 방어할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장기 투자계획과는 무관하게 막대한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경영자원을 소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1년에서 2006년까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자금은 69조원에 달하지만 유상증자 등으로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30조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조사대상의 54.8%는 다른 나라에서 허용되고 있는 수준의 경영권 방어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도입돼야 할 제도로는 신주의 제3자 배정(40.4%)과 포이즌필로 활용 가능한 신주예약권(30.0%) 등 자금조달 용도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 등도 유용한 방어수단으로서 도입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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