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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부채규모 320조… 상환능력 떨어져 가계부채 뇌관으로

[경기침체 속 커지는 자영업자 한숨] <br>소득대비 부채비율 근로자의 2배… 고위험군 대출비중도 월등히 높아<br>대출금 상당수가 제2금융권 집중… 원금회수 나서면 몰락 부추길수도



중소 건설업체에 근무하던 김대영(47)씨는 건설경기 침체로 2년 전 회사가 구조조정에 돌입하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월 순익 500만원은 보장한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홍보와 달리 김씨는 개업 후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적자에 시달렸다. 올 들어 경기침체의 골까지 깊어지면서 외식하는 사람도 적어졌다. 다달이 대출이자에 가맹점 비용, 임대료를 내기조차 버거워진 김씨는 결국 사업을 접어야만 했고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지금은 김씨의 아내가 식당일을 하며 벌어오는 월급 120만원과 가끔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버는 것이 전부다. 김씨는 올해 중고등학교에 각각 진학한 두 자녀의 교육비를 떠올리면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옥죄고 있는 가계부채 부실이 자영업자들로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전체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들의 부채 규모가 3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기에 가장 취약한 자영업종에서부터 부실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대응책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300조원대 자영업자 부채…가계부채 뇌관=금융연구원은 최근 '가계부채 내 자영업자 현황 및 향후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전체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부채를 320조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한국은행 조사 결과 전체 개인부채 중 자영업자 부채가 30%대에 달했는데 이를 지난해 9월 말 기준 개인부채 규모인 1,070조원과 비교해 추산한 수치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올해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자영업자 대출부실이 심화될 것으로 금융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직장 등에서 밀려난 베이비붐 세대가 집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창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신설법인 수는 6,183개다. 전월보다 421개 줄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월 6,000개를 웃돌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전국 자영업자 숫자도 지난 3월 기준 56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말 대비 3개월 만에 12만5,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며 자영업자 숫자나 대출 규모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실 위험 높은 '고위험군'=자영업자들은 부실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국내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자영업자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59%로 상용 근로자의 83%보다 2배 정도 높다고 밝혔다. 그만큼 상환능력이 떨어져 부실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전체 자영업자 중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대출자 비중도 14%로 8%대인 근로자보다 높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보가치가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고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는 만기일시 상환 대출이 많은 것도 자영업자 대출부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자영업자 대출 중 만기 일시상환 비중은 담보대출의 경우 47.7%, 신용대출은 25.7%로 상용근로자(담보대출 38.0%, 신용대출 21.9%)보다 높다.

지난해 말 이후 신설법인 수가 크게 증가한 동시에 부도업체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부도업체(법인+개인사업자) 수는 110개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02%로 전월 0.01%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월 평균(113개)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이 실태조사를 실시해 자영업자 사업목적 대출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미래의 부실 확대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사각지대 놓인 자영업자=그동안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 신용대출로 집계되거나 개인사업자로 대출 받을 경우 중소기업대출에 포함돼 규모와 현황 등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금융계는 물론 정책당국조차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자영업자 대출은 곪을 대로 곪았다.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은 5년래 최대치인 0.89%를 기록했지만 자영업자 연체율은 이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담보 여력이 부족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고금리의 제2금융권에도 대출이 상당수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사태로 크게 위축된 저축은행 업계가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은 제조업 위주로 선별 지원되기 때문에 사실상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구조개선과 함께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가 올해부터 자영업자를 위한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자영업자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경기 전반에 연쇄적인 부실과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며 당국의 선제적 대응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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