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바다 금각만(Golden Horn) 연안에 자리잡은 할릭센터. 지난달 19일 이곳에서 열린 삼성 중동포럼은 영화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성대했다. 터키의 정재계 인사들과 6ㆍ25 참전 용사들은 프레스 콘퍼런스 행사장 입구에 펼쳐진 레드카펫을 밟으며 실내악단의 경쾌한 음악 속에 할릭센터에 들어섰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중동지역 취재진만 150여명. 행사장 한 편에 마련된 신제품 전시장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사우디 왓츠업제다(What's Up Jeddah)신문의 쿠사이 무크타르 기자는 "삼성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 제품과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특히 TVㆍ모바일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라고 평가했다.
콘퍼런스장에서는 TVㆍ휴대폰은 물론 카메라ㆍ프린터기ㆍ백색가전 등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현지 시장에 내놓을 신제품들이 대거 소개됐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이목을 끈 것은 2012년형 스마트TV ES8000이었다. 무스타파 사딕 중동총괄 지역 TV/AV 부문 매니저가 "하이 TV 파워 온"이라고 말하자 TV는 켜졌고 "채널 업"이라고 얘기하자 화면이 바뀌었다. 이어 ES8000이 음성은 물론 빌트인 카메라를 통해 동작까지 인식한다는 설명이 나왔을 때는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사마 함단 중동총괄 모바일부문 시니어 매니저가 15인치 동급 노트북 중 가장 얇은 14.9㎜ 두께의 뉴시리즈9 노트북을 펼쳤을 때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터키법인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터키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홍성룡 삼성전자 터키법인장은 "일반 TV에서 스마트TV로, 32인치에서 40ㆍ46인치로, 일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터키 시장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넘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메이저 타깃은 바로 프리미엄 시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차도 프리미엄 제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액센트ㆍ베르나 등으로 현지 소형차 시장을 석권한 현대차는 기출시한 투싼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오는 5월에는 쏘나타를 론칭하는 등 점차 상위 레벨의 차량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1,600cc가 넘어가면 37%의 개소세가 80%로 올라가기 때문에 일단은 두 차량 모두 1.6의 가솔린 매뉴얼 트랜스미션 차량으로 가격경쟁력을 챙기기로 했다. 지난해 3,000대가 팔린 투싼의 경우 올해 6,000대가 목표다.
터키 전자업체 아르첼릭(Arcelik)과 5대5의 지분으로 합작, 현지에 에어컨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LG전자는 현재 터키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공기정화 기능 등을 추가하고 약 35% 더 멀리 바람을 보내주는 에어로다이내믹베인 기술 등을 적용, 냉방 기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터키는 물론 중동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ㆍ현대차ㆍLG 등이 터키 시장에서 또 하나 힘을 쏟고 있는 전략은 체험 확대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이 써보지 않으면 외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의 이 같은 전략은 이스탄불 시내 곳곳에 위치한 전자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전자매장에는 어김없이 휴대폰과 카메라 등 삼성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레미 팍소이 터키법인 소비자가전(CE) 디렉터는 "ES8000 제품의 출시 즈음에는 소비자들이 음성과 모션 인식 기능 등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칸막이가 달린 부스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터키법인은 출장이나 휴가를 갔다 귀국하는 소비자들이 현대차 대리점 등으로 연락을 주면 차량을 공항에 가져다 주고 이용자가 이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그 전 단계로 최근 에어포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차량을 공항에서 받아 정비를 한 뒤 다시 공항에서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해주는 것이다. 김홍순 현대차 터키법인 판매실장은 "현대차의 마케팅은 우리 차량에 대한 체험 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