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를 관할하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최근 휴대폰 도청정국에서 톡톡 튀는 언행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상당수 과기정통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발언을 마치자 마자 책상에 개별적으로 마련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어떻게 비쳐졌는지 실시간으로 검색해 확인한 후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몰아붙이는 데 활용했다. 일부 의원들은 댓글로 올라온 내용을 추가 질의시간에 꺼내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을 키워온 정통부 장관이 인터넷 포털을 활용하는 의원들로부터 코너에 몰린 형국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정통부를 관장하는 과기정통위 소속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정보기술(IT)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선 의원(한나라당)은 질의과정을 디지털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었다. 보좌관이 찍은 동영상은 개인사이트에 의정활동 내용으로 올려질 것이라고 한 국회측 인사는 귀뜀했다. 염동연의원(열린우리당)은 “과거 국정원 출신인 정형근 의원이 휴대폰 5~6개를 들고 다녀서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며 “나도 이제부터 휴대폰 숫자를 늘려야 겠다”고 해 진 장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염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진 장관을 몰아붙이자 중재차원에서 진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끝내 거부당하자 상한 기분을 그렇게 표시한 것이다. 한편 정몽준(무소속)의원은 지난 17일 민주당의 한화갑 의원 대신 과기정통위로 자리를 옮기자 마자 머쓱한 경험을 해야 했다. 이날 모 의원은 “사실 도청정국은 92년 부산초원복집 사건이 원조”라고 주장했다.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 의원이 소속된 국민당은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초원복집에서 대선전략을 논의하는 것을 도청,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작고한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은 당시 국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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