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이지고 있다. 국내외 시장여건 악화로 수출의 견인차인 휴대폰 산업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단말기유통법이 만들어지면 휴대폰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관련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제조업체들은 휴대폰 판매량이 급감하고 영업비밀 공개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훼손,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이 불가피하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국내외 휴대폰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세계 4위에서 10위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고 최대 신흥시장인 중국에서도 화웨이 등 현지 업체들이 삼성ㆍLG전자를 위협하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휴대폰 업체들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팬택은 과잉규제로 흔들린 대표적인 사례다. 보조금 규제 등으로 내수시장이 위축되자 기술력이 탄탄한 팬택도 버티지 못한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정부의 규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07년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를 분리하는 내용의 '모바일 비즈니스 활성화 플랜'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07년 5,200만대 규모였던 일본 휴대폰 시장은 이듬해 3,800만대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도 4,400만대 수준에 불과해 활성화 플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은 세계 일등제품을 만드는 국내 제조사를 3류 법안으로 규제하는 꼴"이라며 "휴대폰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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