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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 보험시대] <상>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보험 하나면 OK

110만원 내면 4,400만원 보상… "태풍·이상기온 걱정 마세요"

정부·지자체서 보험료 지원… 25%만 본인 부담

재난지원금은 수백만원 그쳐 복구 턱없이 부족

농가 스스로 경영 마인드 갖고 적극 활용해야

지난 2012년 세 차례에 걸친 태풍과 우박으로 대규모 피해를 당한 경상북도 문경시의 한 사과농장. 다행히 이 농장 주인 양모씨는 자비 59만여원을 들여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4,900만여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 충북 청주 영죽리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정모(62세)씨는 지난해 1월 갑작스러운 기온하락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복숭아나무 700주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급강하하면서 345주의 나무가 고사하고 355주의 수확량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평소 영농기술을 과신해 농작물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정씨가 손에 쥔 돈은 정부 재난지원금 150만원. 피해액 9,000만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더욱이 정씨는 내년 복숭아 재배를 재개하기 위해 농협으로부터 대출까지 받아 빚만 늘었다.

# 충북 충주시 앙성면에서 420여주의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모(여·50세)씨는 지난해 초 기온급감으로 230주의 나무가 고사하고 190여주의 수확량이 떨어지는 피해를 당했다. 하지만 정씨는 다행히 금전적으로는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만일에 대비해 9,900만여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한 것이 주효했다. 당시 피해로 이씨가 받은 보험금은 4,400만여원. 자신이 부담한 보험료 110만여원의 4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농업인이 입는 피해는 막대하다. 농사는 보통 1년 단위로 수확하는데 과일의 경우 나무까지 부러지면 정상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수확하지 못한 데 따른 피해와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막대하다. 최악의 경우 농사를 접어야 할 때도 있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를 겪은 농업인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일정한 보험료를 내고 피해발생시 보험금을 받는 것과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정부로부터 재난지원금을 받는 방법이다.

어느 쪽이 유리할까. 비닐하우스 재배농가의 경우를 보자. 비닐하우스 한동을 운영하는 농가가 10a당 228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가입금액 1,479만원의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면 최대 1,449만여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금액과 보험금 간 차이 30만원은 피해액의 일부를 본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이른바 '소손해면책금'에 해당한다.

228만원의 보험료를 농가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가 50%, 지자체가 25%를 내주기 때문에 자부담은 25%인 57만원에 불과하다. 태풍 등 예상치 못한 재해에 대비해 57만원을 들여 보험에 가입하면 1,400만원이 넘는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재난지원금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비닐하우스 한동을 운영하는 농가의 재난지원금은 최대 550만원에 불과하다. 보험금이 재난지원금보다 2.5배가량 많은 셈이다. 재난지원금이 보험금보다 적은 것은 제도의 취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재해보험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라는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인 반면 재난지원금은 위기에 처한 농민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라는 것이다.

가축재해보험은 보험금과 재난지원금의 차이가 더 크다. 소(한우)의 경우 1마리당 15만6,000원의 보험료(자부담 약 3만9,000원)를 내고 보험에 가입하면 최대 보험금이 4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재난지원금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보험금이 재난지원금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특약으로 축사까지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금이 재난지원금보다 20배 이상 많은 경우도 있다.

보험료 대비 보험금을 따져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대박'이라는 표현까지 쓸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012년 경기 여주군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는 장모씨는 19만원가량을 들여 최고 보장금액 2억8,700만원의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그해 8월 태풍 볼라벤이 덮친 데 이어 11월에는 우박으로 낙과 피해를 당해 1억3,4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자신이 부담한 보험료의 700배가 넘는 보험금을 탄 것이다. 2012년 농작물재해보험금을 받은 4만2,200여 농가 가운데 자비부담 보험료(총보험료의 약 25%) 대비 10배 이상의 보험금을 받은 농가는 3만5,200여곳이었으며 100배 이상은 2,760여곳에 달했다.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대규모 피해를 본 경우 여파는 한해에 그치지 않는다. 농가는 한해에 거둬들인 수입으로 다음해 농사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보험금을 받지 못한 농가는 어쩔 수 없이 은행빚을 떠안아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보험에 들지 않았다가 피해보상은커녕 은행빚에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재해 피해복구를 지원해주는 시대는 지났다"며 "앞으로는 농가 스스로가 자연재해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경영 마인드를 갖고 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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