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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피하려면 SOC투자 신중을"
입력2008-11-28 18:28:29
수정
2008.11.28 18:28:29
이헌재 前부총리 서울대 강연<br>진행형 위기… 앞으로 2~3개월이 중요<br>정책실기땐 경제파국 가능성 배제못해
"장기불황 피하려면 SOC투자 신중을"
이헌재 前부총리 서울대 강연진행형 위기… 앞으로 2~3개월이 중요정책실기땐 경제파국 가능성 배제못해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8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설립을 기념해 가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사와 교훈'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번 위기가 그때(외환위기)보다 심각한 것 아닌가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진행형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2년 이상 갈 것"이라며 "첫번째 위기 탈출구를 금융 컨트롤타워 일원화에서 찾고 위기에는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부총리는 "위기는 기회와 기묘한 커플"이라며 이번 위기만 극복하면 우리 경제에 또 한번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에는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라=이 전 부총리는 초대 금융감독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아 외환위기를 수습하고 다시 지난 2004년 초 카드사태 수습을 위해 경제부총리로 컴백, 임무를 완수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 위기의 특급 소방수다. 그는 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의 활로를 먼저 '금융 컨트롤타워의 일원화'에서 찾았다.
이 전 부총리는 단호하게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한사람이 하고 당장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할 조직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재정부와 금융위로 흩어진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정책도 합치라고 강조했다. 한시적이지만 위기상황에 대처한 정부 내 통합대책기구 설립도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위기일수록 국민통합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 지원에 정책의 최우선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시장불안과 불확실성 제거와 관련해 "정부 당국이 단호하고 확실하게 대응하라"며 ▦건설회사와 주택금융 문제 ▦키코(통화옵션 파생상품) 문제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 환경 조성 등의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또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에 경제정책의 포커스를 두라"면서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SOC 투자 대상과 규모를 결정할 때 신중하라"고 말했다.
◇"진행형 위기 속 경제 어려움 2년은 간다"=이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진행형 위기'라고 정의했다. 미국처럼 위기가 터지지 않아 엄중하진 않지만 "정책을 실기하고 잘못하면 경제가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2~3개월이 중요하다"며 "정상적인 금융활동으로 복귀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내년 상반기까지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국제금융이 불안정한데다 국내의 내재적 불안요인이 더해져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최소한 2년 이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전 부총리는 "위기와 기회는 항상 같이 다니는 기묘한 커플(Odd Couple)"이라며 위기 속에 한국이 엿볼 기회들을 소개했다. 그는 우선 "미국발 금융위기가 없었어도 (경제위기가) 현실 문제로 닥쳤을 것"이라며 "나홀로 문제가 아닌 세계적 문제가 돼 정책수단을 국제적으로 용인 받을 수 있고 국민적 합의 도출도 쉬워진 점을 활용하라"고 말했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향후 시장규제가 더 강화되면 개방이 덜된 국내 금융기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부실채권(NPL)들이 쏟아져 나오고 구조조정 기업들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다"며 "블랙스톤과 같은 사모펀드는 그런 신시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에 낙후된 서비스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가부채가 적고 유동성 공급에 여유가 있어 재정 및 통화정책 수단의 활용이 용이해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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