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기업을 향해 돛을 높여라.’ 국내 물류업체들의 글로벌 경영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택배, 한진, CJ GLS, 대한통운 등 국내 주요 물류기업들은 올 들어 해외 법인을 잇따라 설립하고 글로벌 물류 서비스 강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예 해외 물류회사를 통째로 인수, 글로벌 경영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 사례도 생겨났다. 국내 물류업체들에게 글로벌 경영은 단순히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매출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물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기업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데다 인프라와 시스템에서 앞선 노하우를 지닌 글로벌 물류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국내 물류업체들로선 글로벌 경영은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들이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제3자물류(3PLㆍThird Party Logistics)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글로벌 물류기업을 향한 행보를 시작한 국내 물류업체들의 글로벌 경영 현황과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물류업체들 ‘해외로 해외로’ = 올 들어 국내 주요 물류업체들은 글로벌 경영을 최대 화두로 삼고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첫 포문은 대한통운이 열었다. 지난 1월 대한통운은 베트남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의 원년을 선언했다. 대한통운은 3월에는 중국 상하이 법인, 지난 7월에는 일본 현지에 법인을 각각 설립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CJ GLS는 지난 3월 싱가포르 최대 민간 물류업체인 어코드익스프레스홀딩스를 전격 인수해 단숨에 10개국 16개 네트워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8월에는 10개국 16개 법인을 총괄하는 CJ GLS 아시아를 싱가포르 현지에서 출범시켰다. 지난 2003년 국내 물류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현대택배는 9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유럽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한진도 지난 6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글로벌 종합물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를 체결하고, 오는 2007년까지 10개국 16개 도시에 자체 공동 물류센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솔CSN도 해외 물류사업 강화를 위해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 국내 물류업체들이 이처럼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물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요 물류업체들이 그 동안 주력사업으로 삼아온 택배사업이 과열경쟁으로 인해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물류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유가 상승 등의 원가 상승의 요인과 함께 경기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유통 및 제조업체들이 물류부문을 전문 물류업체에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3자물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물류기업들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입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제3자물류업체에게 물류를 아웃소싱한다는 업체가 전체의 38.8%로 지난 2002년 25.7%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부분의 아웃소싱이 회사 경영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화주 기업들이 물류 등 비핵심부분을 과감히 아웃소싱하고 자사의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수출 기업들에게 원자재 수입, 완제품 수출 등 물류 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등 대형화 과제로 =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물류기업 10위안에 드는 업체가 하나도 없는 것이 국내 물류업계의 현 실정이다. 지난 2003년부터 국내 물류업체들이 중국 등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세계적인 물류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수출 제조업체의 50%이상이 물류를 외국계 글로벌 물류 업체들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미미한 상황이다. 정부는 종합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를 도입, 지난 7월 10개사를 인증했지만 세제 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류업체들의 글로벌 물류기업을 향한 항해는 이미 시작된 상태다. 항만과 사회간접시설 등 인프라 측면에서 중국, 싱가포르, 홍콩에 밀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을 키우는 것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제조업의 급속한 글로벌화를 감안할 때 국내 물류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적인 물류업체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물류회사들도 대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외형을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세가 느린 국내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자체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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