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도전적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국형 그랜트 제도를 도입·시행해나갈 방침입니다."
국내 기초·원천연구를 총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인 한국연구재단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이승종 이사장은 연구자들이 우수한 연구성과를 도출하면 안정적·지속적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가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국형 그랜트 제도는 주요 연구성과만 온라인 등록하는 것으로 기존의 결과보고서를 대체하고 정산보고서 제출도 최소화하는 게 핵심 골자다. 행정업무나 성과 창출에 대한 부담을 줄여 창의적 연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같은 맥락에서 1년차 단계평가를 폐지하고 지원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며 연구비 규모를 최대 1억5,000만원까지 확대 지원하는 등 모험 연구 체제도 강화된다.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는 연구자가 다음번 과제를 신청할 때 과거의 성과를 집중 분석하는 것으로 막을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단순히 논문 숫자를 헤아리는 정량 평가에서 탈피해 질과 영향력,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성실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성과 창출에 실패한 연구자를 위한 '성실실패 용인 제도' 확대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임기 내 역점사업으로 연구자 중심의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 학문분야별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연구지원체계 구축, 글로벌·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 촉진, 우수 연구성과 창출을 위한 평가제도 선진화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덧붙여 신진 연구자의 지원을 강화, 국내 최초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의 초석을 다지는 것 역시 재단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이 이사장은 "기초과학분야 석·박사과정의 우수인재를 조기 발굴해 세계적 과학자로 육성하는 '미래 기초과학 핵심리더 양성사업' 등을 한층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단이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5년간 1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십'과 대학의 박사급 연구원에게 5,000만원을 지원하는 '대학 연구원 지원사업'을 도입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 이사장은 "일반적으로 기초연구는 산업화 및 응용화와 무관한 연구, 한마디로 돈이 안 되는 연구라고 여기기 쉽지만 세계적인 기초연구기관들은 연구성과에 기반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기초·원천연구에 대한 정부 투자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최근 출범한 기초과학연구원과 관련해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상호보완적 관계를 정립, 대내외적 위상을 차별화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연구재단은 대학과 출연연을 포함한 모든 연구원을 지원하고 기초과학연구원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대형 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국가 기초과학 육성과 원천기술 확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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