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5일 삼성전자 주식을 사상 최대 규모로 팔아 치웠다. 뱅가드펀드가 벤치마크 변경일인 18일을 앞두고 처분할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 동안 삼성전자 주식만 2007년 이후 사상 최대인 4,464억원을 순매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영향으로 전일 대비 2.63% 떨어진 14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이 판 삼성전자 주식 수는 총 30만주로 7번째로 많았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이날 하루 동안 총 5,887억원을 순매도해 2011년 9월 이후 가장 많은 주식을 팔아 치웠다.
대규모 '팔자' 주문이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전일보다 15.63포인트(0.78%) 내린 1,986.50포인트로 마감하며 하루 만에 2,000선을 다시 내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공세는 18일부터 변경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가 적용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뱅가드 등 외국인 펀드들이 투자비중을 조정하기 위해 한국기업들의 물량을 집중적으로 내던졌다는 것이다.
권준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FTSE의 유동비율 정기변경에 따른 리밸런싱"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갤럭시S4의 재료소진에 따른 물량 출회보다는 뱅가드가 FTSE로 벤치마크 변경을 진행 중인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매물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외에도 외국인들의 보유 비중이 높은 S-OIL(-1.38%), 포스코(-1.64%), 아모레G(-1.79%), 한국전력(-6.33%), LG화학(-1.62%) 등이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의 증시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신동수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국내 증시도 글로벌 증시에 비해 언제까지 소외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연구원은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에 대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추가 매물이 나올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시장흐름 측면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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