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도권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오르는 아파트가 적지않다. 하락세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평균’의 개념일 뿐 모든 아파트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 10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과 목동ㆍ과천 등의 시세표에는 유난히 파란색 화살표(↓)가 많은 반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서울 강북권 등지에는 빨간색 화살표(↑)가 곧잘 눈에 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매수세가 붙는 아파트에는 과연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 ◇교통 좋아진다니 오를 수밖에=요즘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의정부시다. 국민은행 집계를 보면 올해 1ㆍ4분기에만 평균 11.7%나 올랐다. 최대 재료는 역시 교통여건 개선이다. 경원선 복선전철은 지난해 말 개통됐고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구간이 오는 12월 뚫린다. 숙원사업인 경전철도 5월 착공에 들어간다. 미군기지 철수와 뉴타운, 민자역사, 광운대 이전 등 크고 작은 호재들까지 더해졌다. 이에 따라 의정부에는 올해 들어 10~15% 이상 상승한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호원동 부동산테크공인 관계자는 “한창 뜨겁던 2~3개월 전에 비하면 거래량이 3분의1로 줄었지만 여전히 추가 상승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 우이동도 경전철 사업계획 확정과 같은 교통여건 개선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성원공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전철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워낙 집값이 싸고 주변환경이 좋은 지역인 만큼 꾸준히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동네 집값 쫓아가야죠=그동안 인근 지역 집값이 급등하는 광경을 부럽게 바라보다가 뒷심을 발휘하는 곳도 적지않다. 지난해 9~12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던 노원구에서는 앞장서 이끌던 상계 주공 단지들이 잠잠해진 대신 구 외곽의 민영 아파트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상계동 우성공인의 이맹주 사장은 “노원역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듯 상승세가 확산되더니 이제 극동늘푸른ㆍ은빛ㆍ수락파크빌 등 수락산역 주변 단지들에까지 밀려왔다”며 “단기간에 벌어져버린 격차를 따라잡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봉구 창동이나 성북구 길음ㆍ돈암동 등지에서는 중형 이상 아파트들이 조용한 반면 그동안 소외됐던 소형 평형들에 뒤늦게 발동이 걸린 모습이다. 인천 연수구 옥련ㆍ연수ㆍ동춘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송도 국제도시와 지근거리인데도 집값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역시 소형 평형 위주로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옥련동 예지공인 관계자는 “매수 희망자가 여전히 많은데도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송도 국제도시와 집값이 2~3배씩 차이나니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 구하다 워낙 싸서 아예 매입=전세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자 내친김에 집을 사버리는 광경도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전세금이 집값의 60~70%에 달하는 이른바 ‘저평가 지역’에서 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강북구 번동이나 도봉구 쌍문동 등은 전세가 귀해지면서 집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전세 이주수요가 넘어오는데 집값이 워낙 싸 보이니 자연스레 매수세로 전환된다는 것. 쌍문동 부동산스피드 관계자는 “다른 곳 전세금으로 살 수 있고 저평가에 따른 투자이익도 기대되니 이참에 매입하겠다는 재개발 이주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평소 노원ㆍ도봉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의정부 지역도 마찬가지다. 노원ㆍ도봉구 집값이 껑충 뛰자 대체지역을 찾아 의정부로 건너오는 매수자들 덕분에 그나마 집값이 꾸준히 오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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