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원자재값도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재료비 부담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제조업체의 매출액 가운데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3.8%에 달해 지난 2001년의 49.8% 이후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재료비 비중은 2000년 49.96%에서 2001년에 내림세로 돌아선 후 2002년 49.9%에 이어 2003년에는 51.2%로 50%대를 넘었다. 지난해의 매출액 대비 재료비 비중은 국내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89년 57.38%를 기록한 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의 재료비 비중이 올라가면서 전산업의 재료비 비중도 34.5%로 2002년 29.9%를 기록한 후 4년 연속 상승세를 잇게 됐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료비 부담이 이처럼 가중되는 것은 국제유가의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기업들의 원가절감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료비와 함께 인건비 부담도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내우외환에 둘러싸여 있음을 반영했다. 전체 산업과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지난 2003년 10.9%와 10.3%에서 2004년 10.5%와 9.71%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10.7%와 9.89%로 각각 올라섰다. 이처럼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물리적 비용은 늘었지만 제조업체들의 순수금융비용부담은 -0.7%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매출액 1만원 가운데 70원을 순수 금융비용으로 지출한다는 뜻으로 이윤을 내도 투자는 하지 않고 빚을 상환하는 데 쓰면서 차입금 의존도를 떨어뜨린 탓이다.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입을 감안하지 않은 총 금융비용 부담률도 지난해 -1.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제로금리 수준인 일본의 -0.7%보다는 높지만 미국의 -1.6%보다는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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