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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세자릿수 환율 시대] <3> 외환체력을 길러라

국민연금 해외 투자 확대 등 민간 외환 보유 대폭 늘려야

업종·나라별로 위험도 달라 환위험 거시적 대응 어려워

외과수술같은 미시대책 필요


기업들이 환율 동향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우리나라 산업이 환율에 의지한 천수답(天水畓) 구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원화절상에 따른 압력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환율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당장의 손실을 어찌 버틴다고 해도 원화절상 장기화에 따른 기업경쟁력 훼손은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의 포인트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리·환율 등 거시정책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대로 좁아진 상태에서 기업과 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미시정책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환위험은 거시적으로 대응하기 힘들고 업종별·나라별로도 확실히 위험도가 갈라진다"며 "우리 환율대책도 업종과 국가에 특화해서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과수술처럼 정교한 미시대책 필요=엔저 파장은 국가와 업종에 따라 매우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는 엔저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나, 중남미 시장의 경우 일본차의 현지 생산비중이 높아 엔저의 영향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이나 해양플랜트 등은 엔저의 영향이 거의 없는 반면 우리 중소기업군이 포진돼 있는 기계류 업종에서는 완제품 가격 경쟁력 악화로 엔저의 피해가 커질 조짐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미시 환율 대책도 보다 정교해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용재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가 집중되는 분야에 재원을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중소기업들에 환리스크에 대한 개념을 확립해주는 것도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할 일이다. 무역보험공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중 환변동보험 등 헤지수단을 이용하는 기업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키코(KIKO) 사태 이후 환헤지 상품에 대한 기업들의 불신의 벽은 높아졌고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환리스크에 대한 개념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환리스크 관리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작은 기업에 대해서는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 같은 인식변화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민간 외환 보유고' 늘려야=급한 불을 끌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책들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원화가치가 상승압력을 받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물건을 많이 판 영향이 크지만 국내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영향도 있다.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이는 과정에서 해외로 지불해야 할 돈이 안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다국적 기업 간 경쟁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국내의 복잡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투자를 막을 수야 없겠지만 규제를 풀어 국내투자를 유도해내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에서 돌아오는 'U턴 기업' 수요를 끌어오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의 해외자본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민간 외환보유고'의 확충이다. 국민연금 등이 부동산 등 해외자산에 투자하거나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가 지분투자 방식으로 해외기업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국내에 과도하게 공급된 외화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달러 흐름에 물꼬가 트이며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또 해외자본투자를 활성화하면 위험이 분산될 뿐 아니라 위기시 투자자금 회수를 통해 '정부 외환 보유고'에 못지않은 '민간 외환보유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 해외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되더라도 국내자본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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