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가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저지함에 따라 현대상선 경영권을 둘러싼 양 진영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25일 현대상선이 상정한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위한 정관 일부 변경안이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범현대가의 반대로 부결된 데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을 중심으로 한 일부 현대가가 현대상선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이렇게 제동을 거는 것은 범현대가의 현대그룹 장악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날 주주총회에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 23일 선박투자 확대 등 긴급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미래 자본확충을 위해 우선주 발행한도를 8,000만주로 확대하기 위한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려고 한 데는 자금 확보 외에도 범현대가에 맞서 현대그룹의 우호지분을 확대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보통주 발행한도가 1억2,000만주 남아 있기 때문에 3조원가량을 조달할 수 있는데도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한 뒤 "이는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관 변경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내세운 명분과 달리 이번 정관 변경안에 대한 반대가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분율 증가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라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우선주를 발행할 경우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이를 현 지분율 만큼 추가로 매입해도 실권주 등의 발생 가능성으로 현대그룹 측 지분율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2006년 상환우선주 발행 때는 기존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참여했으면서 지금에 와 문제 삼는 것은 난센스"라며 "현대중공업이 이번 정관 변경안에 대해 사전에 반대 표시를 하고 KCC 등 범현대가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24일에는 이미 찬성 위임장을 제출했던 현대산업개발이 갑자기 위임장을 회수해가는 등 조직적으로 반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정관 변경 부결이 현대상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지난해 말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더 이상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했지만 이번 주총에서의 모습을 보면 역시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확보한 우호지분이 42%가량 되는 상황에서 약 38%를 보유한 범현대가와의 경영권 분쟁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부결되기는 했지만 정관 변경안에 대해 64.95%의 찬성표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그룹의 우호 지분율이 두껍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경영권 분쟁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의 화해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생긴 것이 안타깝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앞장서 현대건설 보유지분 7.8%에 대한 처리를 비롯, 범현대가의 활동 등을 조속히 정리해 경영권 분쟁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