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서민금융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것은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서민금융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기금출연 또는 자회사를 통한 간접 지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은행이 직접 나설 경우 ‘은행이 고금리 대출을 한다’는 비판 여론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부담 등으로 은행 자체의 신용도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저신용자에게 실제 위험 수준에 비해 아주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 줘야 하는 현행 구조아래서는 은행이 얻을 수 있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 그래서 기금출연이나 자회사를 통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셈이다. 기금출연이나 자회사를 통한 은행의 서민금융시장 진출은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전북은행이 이달 2일부터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서브크레딧론을 시작했고, 하나은행이 3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희망제작소와 공동으로 저신용자를 위한 창업ㆍ경영 자금지원에 나섰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자회사를 통해 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에 있고, 하나금융지주도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을 통해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서민금융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은행이 1주일 정도 서브크레디론 신청을 받은 결과, 상담ㆍ심사 중인 대출건은 많았지만 대출로 연결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국민은행도 지난 4월 ‘신나는 조합’에 2억원을 출연해 미용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시작했다. 최대 3,000만원까지, 연2% 금리로 3년간 빌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총 7건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한 건도 대출이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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