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8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제르데 본사 1층 대회의실. 이날 이 곳에서는 이현우 SK C&C 컨설팅본부 파트너(팀장)와 사레노브 제르데 회장 등 양사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카자흐스탄 국가 정보화 사업의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SK C&C는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 금융망 통합 등 카자흐스탄 전자정부 사업과 모바일 콘텐츠ㆍ광고ㆍ뱅킹 등 모바일 서비스 사업, 인터넷 포털 등의 다양한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해 카자흐스탄 시장 선점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2. 지난달 31일 독일 라이프찌히 메세에서 열린 독일온라인게임쇼(GCO) 행사장. '플레이 온 코리아(Play on Korea)'라는 대형 전광판이 걸려있는 전시장 중앙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NHN 한게임의 온라인게임 '헉슬리(Huxley)'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독일 고등학생 토마스 호퍼(16)는 "여기 있는 게임은 모두 한번씩 해 보았는데 한국게임이 매우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계속 게임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정보기술(IT) 회사들이 글로벌 신흥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IT서비스, 게임 등 국내 IT 관련 업체들이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블루오션을 향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항해 목적지에는 IT서비스와 온라인 게임 등에 대한 인식이 미처 자리잡지 않은 미개척지는 물론 유럽 등 각국 IT업체들이 주요 거점지역으로 삼고 있는 격전지도 포함돼 있다. ◇해외 시장 공략 속속 성과=한국 온라인게임 사상 최고액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아이온은 현지에서 서비스 첫날 동시접속자 30만을 돌파하는 등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고, 현재까지도 중국 게이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도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 게임 순위 10위 안을 유지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 온라인 게임은 중국 뿐만 아니라 주요 거점지역인 유럽, 동남아시아, 북미 시장으로의 수출도 잇따르고 있다. 서태건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본부장은 "게임 수출액은 2010년 목표치였던 10억달러를 이미 지난 해 훌쩍 뛰어넘었고 올해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서비스 업계도 해외 시장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SDS는 현재까지 지난 해 총 수주액과 맞먹는 액수인 3억달러 이상의 수주를 했고 LG CNS 역시 올 상반기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가까운 해외 수주액을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전략적 요충지를 잡아라=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IT업계의 활약상은 거점지역을 중점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S는 전자조달 및 지방행정 시스템과 스마트카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전략시장을 집중 개척하고 있다. LG CNS은 재정정보시스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주무기로 인도네시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으며, SK C&C 역시 강점을 갖고 있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기반으로 아제르바이잔, 중국,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게임업체들도 중국, 유럽, 미국 등 전략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 5조6,000억원에서 2012년 1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아이리서치 전망치)되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등은 샨다, 텐센트 등 중국 대형 퍼블리셔(배급업체)와 손을 잡고, 게임 현지화 작업은 물론 각종 이벤트, 마케팅에 정성을 쏟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온라인 게임 아이온의 오프라인 문화 트랜드를 이끌어 내기 위해 상하이 인근에 대형 아이온 탑도 세울 계획이다. ◇영토확장은 진행형=국내 IT 업체들의 해외 진군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김신배 SK C&C 부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중앙아시아를 방문했다. 김 부회장은 당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주요 정ㆍ재계 인사들을 만나 IT세일즈 활동을 펼쳤다. 중앙 아시아 IT서비스 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삼성SDS는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인도 델리에 여섯 번째 해외법인을 설립했으며, LG CNS는 몽골, 네팔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게임업체들도 그 동안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편중됐던 수출 대상 지역을 러시아, 남미, 중동 등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글로벌 사업 전략을 통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비롯 자사의 20여개 게임을 전세계 60개국에서 3억2,000여명의 회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으며, 그라비티는 지난 2002년 대만과 일본에 선보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서비스 지역을 현재 총 66개국으로 확장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업체에 있어서 해외 시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획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만들어 전세계 동시 론칭하는 등 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IT업계 '공동전선' 구축 잰걸음 "융합없이는 생존 힘들다" 위기감 기술제휴 넘어 전분야 협력 확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손잡기 행보' 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신의 특화된 영역에서만 잘하면 됐지만 컨버전스의 시대에는 인접 영역과의 융합이 없이는 생존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 업체들은 단지 마케팅 또는 기술 제휴를 넘어 협력의 범위를 모든 분야로 확산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KT는 최근 삼성전자, 에릭슨, 해외 반도체 및 장비 사업자들과 손잡고 새로운 개념의 무선망인 '가상무선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무선망에 도입한 이 네트워크는 내년 말부터 KT의 기존 이동통신망을 대체, 새로운 이동통신의 시대를 열게 된다. KT와 삼성전자 등은 이를 통해 통신장비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중국에 빼앗겼던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동차와 유통, 금융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통신과 인접 영역의 결합을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인 무선데이터 시장 활성화는 물론, 신규시장으로의 진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르노삼성과의 텔레매틱스 제휴, 하나카드와의 지분 협상 등은 SK에너지 등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어 앞으로 SK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컨버전스 동맹을 향한 시도는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게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TV 시장을 겨냥, 디지털 TV 수신용 시스템 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TV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양 사가 떠오르는 방송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협력은 IT서비스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IT서비스 업계의 경우 협력의 방향이 '글로벌' 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삼성SDS는 미국의 클라우데라와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 디지털미디어, 바이오인포메틱스 등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며, 영국의 환경컨설팅 업체인 ERM과 손잡고 환경 관련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C&C도 우리나라 통신장비 업체들과 시장을 놓고 경쟁중인 화웨이와 대금지불 솔루션(NVIOS)과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맺은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버전스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휴의 한계를 그어놓을 필요가 없다" 며 "앞으로 협력의 방법은 지금 보여지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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