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심판청구 급증 '골머리' 재판관 1인당 年100건 넘어 전문·집중심리 갈수록 힘들어져89년 425건서 2006년 1,705건으로 4배 껑충"재판관 구성·운영방식등 제도 개선" 목소리도 김광수 기자 bright@sed.co.kr 참여정부 들어 가장 주목을 받았던 헌법재판소가 해마다 급증하는 사건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헌재 재판관 9인이 담당해야 할 사건수는 연평균 100여건 이상으로 주요사건 처리에 그만큼 집중하기 힘들다는 폐해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심판청구 건수 급증= 14일 헌재 등에 따르면 지난 88년 이후 헌재에 대한 심판청구 건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심판청구건수는 89년 425건에 불과했지만, 2006년 1,705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1,629건이 청구돼 역대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 될 전망이다. 역대 정권별로는 노태우 정부(1989~1992) 때는 연평균 361건, YS 정부(1993~1997) 때는 460건이었고, DJ 정부(1998~2002) 때는 923건으로 YS 정부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행정수도 위헌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잇따랐던 참여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11월 현재 1,436건으로, 이전 정부에 비해 6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심판청구 남발… "주요사건 집중 어렵다" 지적도= 헌재에 판단을 요구하는 사건이 해마다 급증하는 것은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확대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전에는 국민들이 정부에 권리를 침해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민주화 의식이 성숙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헌법소원 청구가 크게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는 이미 재판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이 연 100건을 넘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대다수 국민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심리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복기 헌재 공보관은 "청구 사건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문성이 감소할만한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헌재, 사회적 이슈 '신속처리' 호평= 헌재는 최근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논란이 제기됐던 '이명박 특검'에 대해 "동행명령제만 위헌"이라며 사실상 예정대로 특검이 진행되도록 교통정리를 했다. 헌재가 이례적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13일 만에 신속한 결정을 내림에 따라 소모적인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결과를 떠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론 분열을 막고 특검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하기 위한 헌재의 노력으로 보인다"며 호평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헌재의 역량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재판관의 구성, 운영방식 등에 따른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다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소를 한 사람이 불기소처분통지를 받을 때는 지방검찰청 소재지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청구사건 수가 그만큼 줄어들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헌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헌재 안팎에서 기대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8/0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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