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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있는 금융시장대책을

지금까지의 대책들이 미봉책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금융시장이 갈수록 더 골병이 들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투신사의 구조조정을 즉시 단행하자니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올 것 같아 엄두가 안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서 정부 각 부처가 손발이 안맞는 발언을 하고 엉거주춤한 대증요법을 내놓는 것이 요즘 상황이다.차제에 금융시장대책에 관한 기본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필자는 정부가 적어도 다음 네 가지를 기본 원칙으로 받아 들여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관치금융의 수렁에서 헤어나야 한다. 정부는 투신권이 채권매도를 자 제토록 하고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인상을 원상복귀시키며 은행의 채권매수를 종용하는 등 창구지도를 일삼아 왔다. 이는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는 관치금융이다. 은행과 증권사를 콩볶듯 볶아서 채권안정기금을 급조한 것은 과거 정부를 능가하는 관치금융이다. 채권안정기금이 운용되면서 회사채의 기준수익률이 떨어졌지만 신용등급간 수익률차는 벌어졌다. 투자적격 등급의 중소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사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출시장에 갈수록 주름살이 갈 것이다. 과거의 관치금융도 대부분 그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시장을 왜곡시키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양산하기 때문에 선의의 최초 개입 그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정부가 표방하는 시장경제는 요원해진다. 둘째, 관치금융은 금리와 주가를 관리하려는 데에서 나오거니와 이를 지양해야 한다. 금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자릿수를 유지해야 한다. 주가가 어떤선 이하로 떨어지면 큰 일 난다. 이런 생각은 시장경제와 어긋난다. 금리가 겉으로 한자릿수 이지만 견실한 기업들이 제때 필요한 자금을 끌어쓸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2∼3%포인트를 더 지불하더라도 제 때 자금을 쓸 수 있는 것이 더 낫다. 경기가 풀리고 물가가 오르리라고 전망되면 금리는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자금시장을 왜곡시킨다. 주가는 충분히 떨어졌다 싶으면 자율반등한다. 이렇게 시장의 힘이 작동하도록 의연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금리와 주가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강박관념은 투신권 붕괴와 금융대란을 막겠다는 충정에서라고 좋게 해석할 수 있거니와 투신권 구조조정을 정교하고 조속하게 단행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가교은행을 만들어 청산시켜야 했다. 이런 정공법을 외면했기에 각 은행에 10조 가까운 돈을 퍼붓고 있다.오는 11월 초 대우그룹의 실사가 끝나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투신권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투신권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될 판이다. 공적자금을 가급적 적게 투입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가상하지만 이것이 관치금융과 인위적인 시장개입까지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는다. 공적자금을 많이 투입하더라도 조속히 투신권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금융대란을 막고 국민경제에 구조조정의 비용을 적게 부담시키는 길이다. 일시적으로 금리와 주가에 큰 충격이 가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 일부에서 거론된 배드펀드와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책 등을 심도있게 검토하여 대비해야 한다. 넷째, 정치논리로 정책의 실기가 있어서는 안된다. 투신권의 구조조정이나 공적자금 투입 등은 감표요인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로 미루고 싶은 유혹을 느낄 만 하다. 그러나 유혹을 뿌리치고 해야 할 일을 당당하게 해야 한다. 현정부가 선거를 의식하여 미적거리는 것을 더 못마땅하게 생각할 정도로 우리 국민수준은 높다. 특히 금융은 정치논리와 사심(邪心)이 끼어들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한 분야이다. 安 國 臣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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